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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흔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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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망별 Nov 23. 2020

불혹, 유혹에 흔들리면 안 되나요?

우리는 공자가 아니니까 괜찮아

마흔 살에 미혹되지 않게 되었다


....라는게 공자님의 말씀이셨다.

그리고 우리는 공자가 아니다.

나의 마흔 축하 파티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친구들은 나를 위해 기어코 마흔 파티를 해주었고 '不惑'이니 유혹에 흔들리지 말라며 마음에 압박붕대를 칭칭 감아 주었다. 파티는 고마웠으나 밀려오는 생각들은 불혹과는 거리가 멀었다.


현대사회에서 마흔은 조바심이 극에 달하는 나이다.


이룬 것이 많으면  자리를 지켜야  세월이 너무 많이 남아서 조바심이 나고, 이룬 것이 없으면 낙오자가 될까  조바심이 난다.


결혼을(여타  이유로든)''했으면 "마흔다섯이 되기 전에는 결혼해야 "라는 비논리적인 기준을 세워서 조바심이 나고, 결혼을(이유불문)''했으면 은퇴하고 나랑 같이 살면서 생사를 확인해주고 유사시 병원에 연락해  만한 동성 친구를 붙잡고는 비혼 주의 동지가 되어 달라며 생떼를 써야 해서 조바심이 난다.


마흔은 할 수 있는 것의 스펙트럼이 가장 넓어서 무모 해지는 나이다.


10대에는 법과 규범 그리고 그보다 더 무서운 부모님 때문에 연애, 술, 담배 등을 할 수 없고, 20대에는 월급이 없거나 쥐꼬리만 하기 때문에 뉴스를 보다가 빡이 쳐도 납세자의 권리를 목청껏 주장할 수 없고, 30대는 내 아래보단 눈치 봐야 할 윗사람이 더 많기에 회사가 더 편하다는 50세 부장님을 이해할 수가 없다.


바야흐로 40대가 되면 연애 따위는 우스워서 결혼의 전문가로 거듭나기도 하고, 술, 담배는 슬슬 끊어야 하나 싶고, 정치 뉴스에 등장하는 이들은 왠지 불알친구 같은 생각에 자연스레 이 새끼 저 새끼 타박이 자연스러워서 뉴스만 보면 그렇게 스트레스가 풀리고, 창피한 게 줄어 들어서 막무가내로 당당함이 솟구치고, 윗사람보다는 만만한 아랫사람이 많아서 회사가 점점 집보다 편해지며, 부모님에게 머리 큰 자식 유세라도 하듯 사춘기 때보다 속을 더 뒤집기도 한다.


이게 우리 40대의 실상이 아닐까. (, 공자님 같이 사는 분들도 물론 있겠습니다만 저는 아직   관계로....)


실상이 이렇다 보니 40대에 들어서면  어느 때보다 각양각색의 유혹이 넘쳐난다. 주식, 부동산, 명품, 퇴사, 사업.... 유혹 등이  예시다.  


화제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


라던 이태오가 40 남자다.


물론,  대사는 정말 여러모로 들어줄 수가 없던, 그래서 더욱 잊히지 않는 말이었지만,  대사조차도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 마흔이 넘어도  정도로 미숙하고 유치하게 흔들릴  있다는 .  그만큼은   있다.


그러니 나는 공자가 마흔을 불혹이라고  것은 자신의 마음을 단단히 묶을  있는 능력이 생겨서가 아니라, 어쩌면 그도  모든 것을 알고서 반어법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해본다.


Anyhow,


40 그대들,


짧지 않은 40 살아내느라 수고  많았다.


어른이 되기 위해 

또는 어른인 척이라도 하기 위해 

 치열했다고 본다.


공자님 말씀은  그렇듯이 '공자님 말씀' , 공자님이 나의 유혹의 시대를 압박붕대로 칭칭 감을 권리는 없을 테고.


유혹이 많은 것은 내가 그만큼 이룬 것이 많다는 것의 다름 아니니, 남은 인생에 가장 젊은 지금, 조금 미혹되어 행복하다면 그게 나의 권리일 테고.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샴푸 향이 느껴진 거야'라는 범준씨 노래처럼, 흔들리는 꽃들을 찾아다니며  찰나의 샴푸 향에 나도 찰나 흔들리면, 그것이  나만의 40 대일 테고.


아무튼, 유혹에  흔들리면  어떠냐는 거다.

 마흔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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