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에서 원유라고 불리는 게 빅데이터이다. 지금도 수없이 많은 정보와 데이터들이 생산되고 있고 이것을 모으고 축적할 수 있는 기술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이런 빅데이터를 분석해 그곳에서 비즈니스가 될만한 단서를 찾아내는 일이 디지털 경제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의 행동 하나하나를 분석해 그 안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일이 기업의 매출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빌딩도 빅데이터를 생성해 내는 하나의 큰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임차인별 상주 인원, 출퇴근 시간, 방문객들의 숫자나 정보, 엘리베이터 사용량, 에너지의 사용량 등 빌딩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이런 정보들을 활용하여 빌딩 운영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면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보통 온라인 쇼핑을 할 때 구매자들의 후기를 보고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그 물건을 사용한 사람들의 평가를 보면 대략 그 제품에 대한 수준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용자 후기는 해당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 담긴 빅데이터이다. 제품의 어떤 부분이 편리하고 유용했는지 반대로 아쉬운 점은 어떤 것들이었는지 사용자 후기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렇게 모아진 정보는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렇다면 이런 개념을 빌딩에 대입해 보도록 하자. 빌딩을 하나의 상품이라고 보면 그 상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임차인이다. 빌딩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고객인 임차인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듣는 것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고객들의 후기를 듣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빌딩을 사용하는 임차인들로부터 의견을 듣는 것은 빌딩 빅데이터 수집에 있어 가장 기본이다. 빌딩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면 그 속에서 효율적인 운영 방식과 개선점을 찾아내는데 유용하다.
정기적으로 빌딩을 사용하는 임차인들로부터 의견을 듣는 임차인 만족도 조사 또는 설문 조사를 통해 사용자 피드백을 모으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더 나은 빌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찾아내도록 하자. 보통, 임차인 만족도 조사는 이메일이나 온라인 접속이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서 간략하게 설문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서 발송한다. 요즘은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설문 기능을 통해 손쉽게 만들고 그 링크를 공유할 수 있다. 반기 또는 1년에 한번씩 정기적인 기간을 정해 빌딩 상황에 맞는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 놓으면 좋다.
임차인 만족도 조사는 형식적으로 하면 의미가 없다. 무엇보다 빌딩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피드백을 사용자로부터 받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임차인의 담당자가 모든 임직원들에게 보낼 수 있도록 알리고 빌딩에서 활용한 방법을 사용하여 공지 사항 등으로 표출하는 게 좋다. 이벤트 참여자 들에게는 기프티콘이나 모바일 상품권 같은 경품을 지급하여 설문 조사가 즐거운 일이 되도록 하는 것이 참여율을 높이고 더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서비스 수준이 높은 대형 빌딩 중에서 전문적인 콜센터를 운영하기도 한다. 빌딩을 사용하는 임차인들의 다양한 질문과 불편 사항들을 전화로 접수 받아 해당 업무를 처리할 부서에 전달하는 것이다. 콜센터 직원들은 빌딩과 관련된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이 가능한 수준으로 교육을 받는다. 이외에 유선상으로 처리가 불가능하거나 직접 답변하기 어려운 요청사항은 실무에 있는 각 담당자를 연결한다. 예를 들어, 빌딩 주차에 관한 업무이면 주차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전하고 임대차계약에 관한 것은 임대담당자를 연결시켜 준다.
이런 콜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업무 효율성을 크게 높여준다. 임차인들도 어떤 유형의 질문이나 불만사항이 있어도 담당자를 찾을 필요 없이 한 곳에 연락을 하면 된다. 무엇보다도 임차인들로부터 접수되는 유형의 질문을 모아 분석하면 빌딩 서비스 개선에 활용이 가능하다. 누적된 질문을 분류하여 어떤 불편들이 가장 많이 접수되었는지 확인하고 반복되는 불편함은 현장을 확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실내 온도와 관련된 민원이 반복적으로 접수되는 곳의 시간과 위치를 파악해 두면 해당 직무를 담당하는 담당자가 그 원인을 파악하고 운영할 때 그런 점을 감안해서 실내 온도를 미리 조절할 수 있다.
실제로 필자가 운영하던 빌딩에서는 주차장 램프를 출입하는 차량들의 통행 안전을 위해서 차선 역할을 하는 연석을 설치했는데 이로 인한 사고나 불편 접수가 지속적으로 발생해서 다른 대체품으로 교체를 하기도 했다.
보통 불편 접수나 민원들을 빌딩 관리팀에서 처리하는데 이를 기록하기는 하지만 제대로 관리하여 분석하는 일까지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런 상황들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당장 눈앞의 일만 처리하기에 급급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 못할 수 있다. 또, 빌딩에는 근무자들이 교대 근무를 하기도 하고 새로운 근무자들이 오기도 한다. 그럴 때 이런 분석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효과적인 업무 처리는 물론 빌딩 운영을 개선할 수 있는 문제나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
중소형 빌딩 같은 경우는 콜센터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확인된 내용을 시기별, 유형별, 직종별 등으로 분류하고 정기적으로 정리하는 정도만 해도 유용한 운영 관련 정보들을 찾아낼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사전에 대비하여 처리할 수 있는 업무들을 처리하고 만약 인원이나 서비스가 부족한 곳이 발견되면 이를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챗봇을 학습시켜 빌딩에서 자주 발생하는 민원에 대해서는 자동을 답변을 할 수 있게 솔루션들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 다양한 서비스 영역에서 활용하고 있는 상담 채팅 등을 운영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마치 빌딩에 콜센터를 보유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고 인력 운영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사용자인 임차인과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어 빌딩의 운영 수준을 한 층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빌딩을 운영하다 보면 불편 사항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많은 경우 내가 제기한 불만이나 불편 사항에 대한 것에 대해 정확한 답을 듣고 싶어한다. 하지만 대개 시간이 걸리는 일들도 많기 때문에 어떤 경과로 처리가 되고 있는지를 알려주기만 해도 사용자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해준다. 하지만 현업에서는 사용자들에게 피드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들도 종종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의 불만이 접수 되고 나서 현장에서는 업무를 바로 처리하였다고 해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빌딩에서는 민원의 처리 경과는 물론 처리가 완료되면 불만을 접수한 사람에게 알려준다. 이런 것은 사소한 것 같지만 임차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빌딩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만약 어떤 임차인이 불편함을 개선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처리 결과에 대해 듣지도 못했다고 하자. 아마도 사용자들은 불만이 있어도 앞으로 더 이상 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심지어 어느 곳에 말해야 할지 몰라 그냥 넘어가는 일도 있을 것이다.
결국 빌딩의 운영자는 임차인 만족도 조사나 불편 접수 창구를 통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영자와 임차인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놓는다면 운영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들을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빅데이터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부각될 것이다. 그리고 빌딩에 IoT 기술이 접목되는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꼭 최첨단 빌딩이어야만 빌딩의 빅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소규모 빌딩이라도 데이터 활용을 하겠다는 생각의 전환이 중요하다. 앞으로 빌딩 운영자들이 빌딩을 하나의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생각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활용한다면 더 나은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