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금리 상승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요즘입니다. 증권사에서부터 자산운용사, 리츠, 시행사까지 만나는 분들마다 한숨부터 쉬고 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실물 부동산은 기관 투자자들이 대체 투자의 한 섹터로 꾸준한 투자 수요가 있는 자산입니다. 좋은 자산을 먼저 투자하고자 경쟁도 심해져 자산 가격은 꾸준히 오르는 시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금리의 영향뿐만 아니라 시장의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실물 부동산 거래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자산별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오피스 빌딩
오피스 빌딩은 상업용 부동산 중에서 투자하기에 가장 평이하고 안전하다고 여기는 자산입니다. 금리 상승 기미가 보인 올해 상반기만 해도 공실이 없는 시장 상황으로 인해 임대료가 상승하고 있어 이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코어 오피스의 선순위 담보대출 6%를 넘어섰습니다. 오피스 빌딩의 수익률인 Cap. Rate가 고작 3% 내외인데 투자를 해서는 안되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그나마 매각가가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니 향후 매각 차익을 고려하여 수익률을 맞추는 전략도 투자자들에게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최근 거래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블라인드 펀드로 시장을 휩쓸던 유명 자산운용사들도 대출로 인해 클로징을 못하는 사례들도 빈번하게 생기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대출 없이 Full-equity로 투자하는 일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출을 활요하지 못하다 보니 공격적인 투자는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클로징을 할 수 있는 확실성이 있어 투자 전략으로 강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류
물류 시장은 한동안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효자 역할을 했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새로운 투자 섹터로 급부상을 했고, 물류 전문 투자회사에서부터 자산관리 회사의 부서까지 큰 변화를 몰고 왔습니다. 개발 사이클이 짧고 수익을 실현하기에 좋다 보니 많은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들 가운데 물류 개발을 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고, 시장에서 이름있는 자산운용사 가운데는 각 팀별로 다수의 물류 개발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과잉 공급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개발에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토지비는 상승을 했고 게다가 건축 공사비마저 올라가면서 상온 창고보다는 임대료를 더 받을 수 있는 저온 창고의 비율을 높여 개발하는 현장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저온 창고를 필요로 하는 수요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개발하고 준공이 다가오는 자산 가운데 임차인 찾지 못하는 현장들이 많아졌고, 매각해야 하는 가격은 높아 그마저 매각하고 싶어도 팔리지 않는 악순환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특히, 물류는 오피스 처럼 투자 구조화를 할 수 있는 구조가 어렵다 보니, 금리 상승은 곧바로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리테일
한때 자산 유동화 수단으로 인기가 많았던 영화관이나 서점을 앵커 테넌트로 한 리테일 자산들은 코로나 이후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사람들이 찾아 오지 않으니 매출이 감소했고, 이런 앵커 테넌트들이 집객을 하지 못하다 보니 주변에 식음을 파는 리테일들도 함께 영향을 받았습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리테일 시장이 회복될 것 같았지만, 그동안 리테일 트렌드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똑같은 형태의 대기업 계열의 프랜차이즈만 입점한 곳들이 인기가 시들해져 버렸습니다. 이를 대체해서 경리단길, 송리단길 등 특색 있고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규모 가게들로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리테일과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리테일이 확연하게 바뀌게 된 것입니다. 망하지 않는 대기업이 입점하는 게 투자자들에게는 안심을 줄 수 있겠지만, 소비자들은 재미가 없어진 것입니다. 어디에 가도 똑같은 사진을 찍는게 재미가 없어졌고, 똑같은 맛을 계속 먹고 싶지 않아진 것입니다.
이외에 대기업 마트를 앵커 테넌트로 자산 유동화 상품이었던 자산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때 대형 마트를 가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였는데 이제는 온라인 쇼핑이 그 자리를 대체해 버렸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쇼핑이 곧 없어질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는 이미 마트를 떠나 버렸습니다.그나마 대형 부지를 깔고 있는 자산들은 오피스텔이나 주거 상품 등으로 개발이 가능해서 매각이 되곤 했습니다.
반면에 주상복합에 리테일로 입점해 있는 마트가 앵커 테넌트인 투자 상품은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배당 수익률은 높지만 다음 투자자에게는 Exit Plan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거래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형 마트를 운영하는 임차인이 폐점을 하는 사례도 나타나다 보니 이들의 신용도만 믿고 투자하는 것도 불안을 키우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대형 마트와 영화관을 투자 상품으로 가지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가고 있습니다.
호텔
한류 열풍과 여행객의 증가로 한때 인기가 많았던 호텔이 코로나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코로나가 어느 정도 일반화되면서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호텔 자산들도 아직까지는 예전의 모습을 회복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늘 길이 조금씩 열리고 거리에 외국인들이 기존보다는 많아진 것 같지만, 아직 중국 관광객들은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있지 않아 예전 같은 분위기는 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호텔들의 객실 가동률이 코로나 이전의 70% 정도 수준으로 회복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투자 상품으로 매력적이 될 만큼의 수준은 아닙니다.
특히, 명동에 가보면 그 분위기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변에 있는 몇몇 비즈니스호텔들은 예전처럼 많은 관광객이 오지 않고 있고, 동남아에서 오는 단체 수학여행 관광객 등이 그나마 매출을 올려주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여파로 명동의 빈 상가들은 아직 공실로 남아있는 곳이 너무 많습니다. 명동 주변으로 유명 자산운용사들이 리모델링이나 신축을 통해 만든 투자 상품들도 공실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항상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각각의 섹터별로 오르고 내리는 시기가 엇갈리면서 전반적인 시장에서 자금이 회전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요즘은 어느 한 곳 좋은 분위기를 보여주는 자산 군이 없습니다.
금리 상승으로 촉발된 상업용 부동산 거래 시장의 한파는 매각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기존에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도 매각 시기가 도래하더라도 시기를 연장하면서 시장의 매물들은 점점 더 희소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으로 인해 운용사들이나 리츠들이 입찰을 통해 매각을 하려는 움직임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위에서 설명한 자산 군들 가운데 공실이 많거나 운영 수익이 불안정한 가운데 담보대출의 만기가 도래하는 자산들의 상황은 매우 심각합니다. 대출 이율 상승으로 인해 배당 재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투자 원본 이하로 매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돼버리기 때문입니다.
업계의 전문가들은 아마도 내년 중반이나 하반기부터는 원본 손실을 보더라도 매각을 할 수밖에 없는 NPL 물건들이 조금씩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좋은 소식은 아니겠지만 금리 상승으로 시작된 자산의 잠김 현상이 NPL 섹터의 증가로 인해 해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모두가 이기던 시장에서 이제는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하는 시기로 점점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떤 분은 존버하는게 상책이라고 하는 말을 하시곤 합니다.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모든 분야가 다 같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그래도 이런 때는 비를 덜 맞는 곳에 있는 게 안전할 것 같습니다.
조만간 주위 분들을 만날 때 정말 직장 생활이 안녕하신지를 여쭤봐야 할 시기가 올 것 같습니다. 어려운 시절이지만 제 주위의 계신 분들은 다들 안녕하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