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아침식사
지금 다시 파리로 돌아간다면, 아침 일찍 일어나 매일 가던 집 앞 빵집에 들러 크루아상을 사 먹으며 하루를 시작해야지! 파리가 그리울 때마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이다.
너무나 당연했던 일상이 가장 그립다.
새벽부터 여는 빵집에서 폴폴 새어 나오는 고소한 빵 내음. 온 동네에 가득 퍼지는 그 향기가 좋았다. 향기를 담을 수 있다면 작은 병에 저장하고 싶을 만큼. 아침이면 빵을 사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이불을 걷어차고 나올 수 있었다.
이름도 참 예쁘고 사랑스럽다. 프랑스어로 '쁘띠 데쥬네'는 아침 식사를 말한다. 이름에 쁘띠 Petit 가 들어간 것처럼 프랑스식 아침식사는 정말 심플하다. 크루아상에 커피 한 잔에 잼과 버터를 곁들여 먹으면 끝! 또는 버터를 바른 바게트 한 조각이나 비스킷, 시리얼, 요거트 등등 아주 간단한 메뉴들을 아침식사로 즐겨 먹는다.
세수도 안 하고 빵집으로 달려가 사온 크루아상에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시작하는 여유로운 파리의 아침, 참 사랑스러운 '쁘띠 데쥬네' 시간이다. 한국에서 가족이나 친구들이 자주 왔었는데, 아침이면 늘 먹는 메뉴들로 차려 주었다. 물론 조금 더 정성을 더해서, 크루아상을 먹으며 “역시 파리는 다르네”라고 말하면 내가 다 흐뭇해지던.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은 밥에 된장국이 진리가 되었지만. 생각해보면 그 나라의 문화를 따라가며 파리의 삶에 충실하고자 노력했었다.
문을 열지 않는 날을 제외하곤 거의 매일 가다 보니 어느덧 빵집 주인과도 친분이 쌓여 내가 말하기도 전에 뭘 주문할지 먼저 말하곤 하던 빵집 주인아주머니. "크루아상과 바게트지?"라며. 빵을 사다 보면 거스름돈이 많이 생기는데 낯선 유로도 아침 메뉴를 사러 가면서 더 빨리 익숙해졌다. 아침식사 하나에도 이렇게 추억이 방울방울. 다시 파리에 가면 내 단골 빵집으로 달려갈 것이다.
크루아상
Croissant
아침에는 바게트보단 크루아상이었다. 버터향 가득 베인 크루아상을 첫 입을 베어 먹을 때 그 바사삭한 소리. 기분 좋은 모닝 ASMR. 얇은 버터 반죽이 켜켜이 쌓여 만든 크루아상의 속은 쫀득하고 부드러워 아침에 먹으면 편안하고 든든했다. 커피와 함께 찰떡궁합인데 따뜻한 커피가 크루아상 결마다 응축된 버터를 사르르 퍼지게 해 주어 풍미가 배가 되었다.
파리의 빵집은 워낙 이른 아침에 열어 8~9시 사이에 가면 따뜻한 크루아상은 먹기 힘들다. 갓 구운 크루아상은 새벽 6시쯤에 나오는데 평소에 그 시간에 일어나긴 아무리 빵을 좋아해도 무리다. 대신 여행 가는 날 아침이면 무조건 빵집에 들러 남편과 둘이서 하나씩 먹고 출발했다. 아침 공기가 제법 쌀쌀했지만 온기를 더해주던 따끈한 크루아상. 식어도 맛있는데 갓 구운 크루아상의 맛이란, 상상 그 이상이다. 결이 바스러지며 버터 풍미가 온 입안을 감싸주는 그 맛. 새벽같이 출발해야 하는 여행이 고단할 때도 있었지만 따끈한 크루아상을 먹을 생각에 행복했다.
요거트
Yaourt
또 즐겨먹던 아침 메뉴는 요거트볼. 진득한 플레인 요거트에 제철 과일과 시리얼, 꿀을 더해 먹었다. 상큼한 과일을 넣어 먹으면 새콤달콤 맛있었다. 주로 겨울보단 여름에 즐겨 먹었던 메뉴. 당시에 블로그에 프랑스의 요거트들을 소개했는데 이 포스팅은 포털 메인에 소개되고, 조회수는 2만 회가 넘었었다.
생각해보면 빵만큼이나 많이 먹은 게 요거트다. 프랑스 요거트 시장은 생각보다 정말 넓어 덕분에 한국에서 맛보지 못한 가지각색 요거트를 맛볼 수 있었다. 다시 가면 또 새로운 맛을 찾아 먹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