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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길숙 Jul 11. 2021

이명희 이야기 (1)

내동생은 이장님, 함평군 대동면 어르신 보살피랴 농사 지으랴

새벽 다섯 시 우리 동네 도시 일꾼은 참 부지런하다. 군화 같은 작업화 발걸음 소리가 우렁차게 계단을 울려 창을 열고 내다보면 ‘남편을 배웅하는 아내 손짓’이 정겹다.  열 가구 중 대여섯 가구는 이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느라 점등(點燈)으로 새벽 미명을 밀어낸다. 삶의 무게가 버거울수록 바짝 조여 울러 매고 세상 향해 진군(進軍)하는 약하지만 기운이 센 사람들. 배울 것이 많아 참 좋은 우리 동네 사람들. 그리고 이만큼 부지런한 사람이 또 있다. 전남 함평군 대동면에 사는 내 동생 딸기 농부 이명희다.      

은서가 그렸다. 딸기 할머니가 좋아서

오전 5시 40분 명희한테서 카톡이 왔다. 오늘도 열심히 살자고, 살아내겠다고, 그러니 우리 서로 사랑하자고, 그 힘으로 분명 행복할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 선명하고 투명한 것이 자꾸만 오염되는 짜증 나는 현실에서 명희의 신념은 항상 옳고 바르다. 함평 딸기. 우렁이 쌀, 친환경 양파 농사를 지으면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몸으로 말한다.      

농사를 지어 본 사람은 안다. 농사일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 고생하는 거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익이 얼마나 사람을 허탈하고 힘 빠지게 만드는지를, 도시에서는 금(金) 대파 금(金) 양파니 하면서 치솟는 농산물 가격이 야속하다고 하지만 정작 농부에게는 잇속이 적다, 힘든 일에 비해 소득이 적어도 힘들다 내색 안 하는 내 동생. 친환경 농법이라 더 버거울 거라는 걸 충분히 짐작한다.      


참살이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명희는 일의 선후(先後) 완급(緩急)과 경중(輕重)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게 천지간의 기운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힘들다는 푸념 대신 논밭으로 달려간다. 때를 놓치지 않고 선후(先後) 먼저 할 일 나중 할 일의 완급(緩急)을 조절하여 일의 중함과 가벼움에 따라 일사천리로 해결해 나간다. 폭우 때문에 논밭이 쓸려나갔다는 TV 뉴스를 보고 전화를 하면 급한 불은 껐다고 우리 동네는 괜찮다고 하는 내 동생 명희. 한탄을 하기 전에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는 명희의 강단 있는 힘이 부럽다.      


딸기 명희는 걱정보다 일이 먼저다


여유를 아는 풍류 꾼 이명희      


명희는 풍류를 안다. 새벽 논밭으로 나갈 때 만나는 바람결과 들꽃을 볼 줄 아는 지혜로운 눈을 가진 사람이다. 온 사방이 들꽃이고 들풀이어서 전혀 새로울 거 없을 텐데 그녀는 감탄하며 휴대전화에 담아 짤막한 글귀를 덧붙여 보낸다. 익숙한 것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혜안(慧眼)을 가졌다. 손자병법에 유능한 장수는 “씨앗에서 열매를 본다”라고 나와 있다. 내 동생 명희는 바로 그런 사람이다. 명희는 가방끈이 길지 않다. 언젠가 아들이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이 뭐냐?” 물었다고 한다. 명희는 “여행과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나. 명희는 검정고시 서너 과목을 따놓은 재주꾼이다. 또 명희는 일찌감치 소싯적에 운전면허를 따 운전도 베테랑이다. 또 자전거도 선수급이다. 술을 잘 마셔 아예 운전면허를 따지 않은 나와 비교하면 명희는 마음만 먹으면 바람처럼 훌훌 날아다닐 수 있다. 그래서 부럽다.  


함평 천지 대동면 이명희 이장님      


내 동생 이명희는 함평 나비 축제로 유명한 함평군 대동면 이장님이다. ㈜전국 이통장 연합회 함평군지회(지회장 남종우)가 주관한 제3회 함평군 이장 한마음 체육대회에서 군수 표창장을 받은 일 잘하는 일꾼이다. 가끔 저녁나절에 안부를 물으면 명희는 즉답하지 못한다. 뒤늦게 날아온 카톡 편지                     

 

바삐 카톡을 날리느라, 또 돋보기를 안 쓰면 휴대전화 자판이 안 보이는지라 급한 대로 보낸 답장이 정겹다. 농촌 마을 이장이 그렇지 않아도 바쁜데 코로나19로 할 일이 더 많아졌을 터! 농사지으랴 마을 살림하랴 발바닥에 불이 날 텐데 마을 이장을 하는 동안 주민 심부름꾼 노릇 잘하고 싶다는 대동면 이명희 이장님. 그녀가 내 동생이어서 참 좋고 힘이 난다.  


알고 보면 더 좋은 함평군 대동면       


국창(國唱) 임방울이 불러서 진가가 나타났다는 <호남가>는 “함평 천지”라는 가사로 시작해서 임피에서 끝이 나는데 호남가의 핵심은 “삼천리 좋은 경치는 호남이 으뜸이니 호남에서 거드렁거리고 지내보자”는 거다. 대동면은 함평 천지 함평군의 중심부에 위치한다. 절경이 많은 ‘함평 천지’ 답게 환경이 잘 보전된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친환경 마을로 특산품으로는 단호박, 쌈 채소, 양파, 마늘, 딸기, 우렁이 쌀, 함평 한우 등이 유명하다. 내 동생 명희가 농사짓는 거만 봐도 친환경농법과 철저한 품질관리를 거친다. 꼼꼼한 품질관리를 거쳐 인증한 농산물이라 맛과 질이 뛰어나다.     


출처; 다음 이미지

청정 자연환경을 잘 지킨 덕분에 멸종 위기 동물 1호인 황금박쥐, 국가 지정 천연기념물인 먹황새, 검독수리, 수달이 서식한다. 또 팽나무, 느티나무, 개서어나무의 줄 나무가 잘 보존되어 있다. 대동면 향교리 느티나무·팽나무·개서어나무 숲은 대한민국의 천연기념물 제108호로 지정되어 있다.       

                           

동탄에서 사는 동생네 집에 왔다고 뒷모습을 찍어 보낸 명희. 58년 생 개띠 명희의 뒤태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중용(中庸)의 힘이 느껴진다. 중용(中庸)의 사전적 풀이는 “과하거나 부족함이 없이 떳떳하여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상태나 정도”다. 살짝 고백하지만 나는 분수를 모르고 과하고 비굴할 정도로 부족하다. 하여 떳떳하지 못할 때가 많고 늘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내 동생은 이런 나를 비춰보는 참 좋은 거울. 그래서 종종 <내 동생 명희 이야기>를 올릴 작정이다. <풀 죽이는 농약 안치고 풀 벗 삼아 건강 먹거리 생산하는 친환경 농부 이명희>를 자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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