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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길숙 Jul 01. 2021

하루, 참 좋더라

한 낮과 한 밤이 경과하는 동안 (이곳 어딘가에 즐거운 나의 漏屋이)

하루; 

한 낮과 한 밤이 경과하는 동안                    

국어사전 속의 하루는 참 명료해서 알뜰히도 머릿속에 박힌다. 


허나, 내 안의 하루는 꽤나 난해하고 복잡하다    

가닥을 찾지 않으면 엉기어 또 정거장을 지나칠지도 모른다 

정신 바짝 차리고 하루를 복기(復碁)

검은 하늘에 달이 별이 돌을 놓는다             

별 하나 데리고 온 달 애틋하게 서로 멀다.  가까이 오라 불러도 작은 별 하나 까닥하지 않는다.       

별 방울 하나 흐르지 못하는 첫새벽 지나 유리창에 새로 돋은 해 


어제 살았던 내 집에 뜬 해와 오늘 살고 있는 누옥에 뜬 해가 다르다    


새로 둥지를 튼 나의 누옥(漏屋), 마당 깊어 마르지 않을 눈물샘   


그래도 굿! 참 좋아 따봉 슈퍼에 내가 원하는 것이 다 있다. 다만 해(日)를 팔지 않아 아쉬울 뿐          


어린것이 귤껍질에 해(日)를 담아 왔다. 

방 가득한 귤 향기가 난해하고 복잡한 나의 하루를 명료하고 명쾌하게 정리! 

꽃처럼 웃을 날이 또다시 오겠지요  


열 두살 어린 것이 안고 온 '하늘 같은 밥'은 있으니 덕분에 내가 살아요 

니 덕분에, 또 내 덕분에 참 좋은 하루. 한 낮과 한 밤이 경과하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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