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아주 조금은 내 삶의 만족도가 올라갈지도 모르겠다.
안 자겠다는 1호(첫째 아이)를 재우기 시작한 지 1시간째다. 1호가 잠들기도 전에 6개월인 2호(둘째 아이)가 나를 찾는다. 울음소리가 점점 커진다. 어제도 1호는 정확히 11시 5분에 잠이 들었다. 드디어 육퇴. 육아퇴근. 독서를 하려는 의지도 청소를 하려는 의지도 없다. 그저 자고싶을 뿐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아이들이 9시에만 자준다면, 아주 조금은 나의 삶이 여유롭지 않을까.
아마도 많은 것이 변하지 않을까.
남편과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2호의 이유식을 미리 만들어 놓을 수 있고
일기도 쓰고 책도 읽을 수 있고, 운동도 할 수 있고 보고싶은 영화도 tv로 볼 수 있겠다.♡
꿈일까. 밤 9시에 육퇴를 한다는 것은. 아가씨의 18개월 된 아이는 8시 반에 잔다고 하지? 아아... 그 아이는 너무나 효녀인 것이다! 좋아. 너의 에너지를 다 털어버리겠어. 1호의 에너지를 탈탈 털어버리기 위해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본다. 아니 세 바퀴. 아이는 자기 싫어 끝까지 버틴다. 너무나 피곤한 얼굴로 11시에 잠이 든다.
어제는 남편이 내 몰골을 보고는 자기가 아이를 재우고 일을 하겠노라 자신있게 이야기를 했다. 결국 11시 전에 아이와 함께 잠들어버렸다. 자장가를 불러주다가 깊은 잠에 빠진 남편을 깨울 수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짜증이 난 애아빠가 나에게 화를 낸다. 왜 우리 애들은 늦게 자는 거냐며, 우리가 늦게 자게끔 길들인 거라고... 이제 습관이 된 거라서 바꿀 수 없을 거라고. 우리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나는 나름대로 아이를 일찍 재우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고 생각했다. 하루에 한 번은 꼭 밖에 나가 놀아주었고, 힘들어도 1호, 2호와 함께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산책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전에 아이를 따뜻한 물로 씻기고(살짝 뜨겁다 할 정도의 물에 푹 담가놓고), 다양한 놀이(찰흙놀이, 마트놀이, 스티커 놀이.. 등등)를 하고 책을 읽어주었다. 낮잠을 자려고 하면 흔들어 깨우고 사탕을 물리고 좋아하는 유투브를 틀어주었다. 그렇게 낮잠을 날려버리면 일찍 잠에 드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책을 무려 10권이나 읽어달라 한 뒤, 갑자기 목이 마르다하고, 또 쉬를 보겠다하며 방을 탈출하려는 시도를 한다. 오늘도 실패다.
빨리 자자, 눈 감아...움직이지마. 말하지마....마지막으로 망태할아버지까지 소환을 해야 11시 반쯤 되어 눈을 비비며 잠을 청한다.
오늘부터 아이를 일찍 재우겠어!!
목표는 일단 10시! 목표를 위한 계획들을 실행해본다.
1. 저녁은 7시 전에 먹인다.
2. 따뜻한 물로 샤워를 시킨다.
3. 가벼운 운동 (요가, 율동)을 "함께" 한다.
4. 영상 매체는 7시 이후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5. 8시부터는 불을 모두 소등한다.
6. 9시 반부터는 침대에 누워 책을 읽어준다.
실행 첫날.
아이는 가까스로 10시 30분에 잠이 들었다! 아이는 10시 10분에 누웠고, 나는 5분간 책을 읽어주었으며 15분 동안 아이 혼자 잠의 세계로 빠져들 동안 옆에서 책을 읽으며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10시 30분 잠이 들었다. 와. 30분이나 줄었어! 그래 이렇게 조금씩 시간을 앞당기다 보면 곧 9시에 잠이 드는 기적의 날이 올 거야!! 어떻게 하면 9시에 잠이 들게 할 수 있을까... 그날이 올까...
생각해보면 1호는 유달리 건강했다. 돌 전까지는 아프지 않아서 병원에 간 일이 없었고 어린이집에서 때마다 돌고도는 전염병도 걸린 적이 없었다. 감기에 걸린다 해도 이틀 이상 가지 않았고, 열이 나도 하루 잠을 푹 자면 낫는 아이였다. 이런 아이의 에너지는 쓰면 바로 충전이 되는걸까..
생각해보면 아이가 일찍 잠드는 날은 아파서 약을 먹고 약 기운에 잠드는 날 뿐이었다.
이렇게 건강한 아이를 고맙게 생각해야 했는데,, 잠이 들기 직전까지 예쁜 입으로 종알종알 떠드는 아이. 밤 10시에 뭐가 그리 우스운지 구슬 굴러가는 웃음소리를 들려주는 아이. 밤에 노래 부르면 뱀 나온다고 협박해도 자기가 만든 노래라고 불러주는 아이.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갑자기 1호에게 잠을 강요하는 것이 맞나 싶다. 이 아이와 밤 11시까지 치열하게 함께하는 삶도 너의 즐거움인데 나는 너에게 스트레스를 푸는 게 아닐까. 하지만 아이가 키가 크려면 일찍 자야 하고, 그리고 나도 내 할 일을 할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질까.
육아를 하다보면 똑같이 매번 느끼는 진리는 결국 아이의 잘못은 없다는 단순한 사실
부모가 바뀌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는 것. 모든 일이 한번에 기계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데 나는 아이에게 육아책의 지침들이 너에게 정확히 빠른 시간안에 적용되기를 바랬던 것이 아닐까. 너에게도 시간이 필요한데 엄마다 너무 서둘렀던 것이 아닐까. 엄마가 조금만 더 기다려줄게. 어쩌면 너에게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두배 아니 세배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니까. 오늘도 엄마아빠가 더 노력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