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인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근본 원인(Root Cause) 때문이었다. 눈에 보이는 페인 포인트와 사용성 문제를 깊게 분석하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문제 원인을 찾게 된다. 안내문구 한 줄로 해결될 것 같은 문제가 워크 플로우를 뒤바꿔야 하는 문제로 드러나기도 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해야 될 것 같은 문제가 툴팁하나로 해결되기도 한다.
주변을 보면 근본 원인을 찾는 것이 체화된 사람도 있지만, 사실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주어진 문제를 분석하고 사고하는 것이 쉽지 않다.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힐 때 사용하면 좋을 근본 원인 분석법(RCA)을 소개한다.
5 Whys
RCA 방법 중 가장 유명하고, 그만큼 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이다. 말 그대로 다섯 번 'Why?'라는 질문을 던지면 된다. 주어진 문제가 왜 일어났는지 묻고, 이 대답의 원인을 다시 묻는다. 이 과정을 다섯 번 반복하는 것이 5 whys 방법이다. 다른 RCA 방법처럼 도식화할 필요가 없고,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5Whys 예시
'스마트폰 용량이 부족하다'는 문제는 스마트폰의 용량을 키우는 방법을 요구한다. 저장공간 확대나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부족한 용량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마지막 why의 대답은 '촬영 설정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로, 온보딩이나 촬영 설정 확인 방법같이 처음과는 다른 방향의 해결책을 요구한다.
5 Whys는 쉽고 빠르게 쓸 수 있지만, 하나의 원인만 고려하기 때문에 다른 원인을 놓치게 된다. 예를 들어, 예시의 '갤러리가 차지하는 용량이 많다'의 원인은 '오래전에 촬영한 사진이 있다', '비슷한 사진이 많은데, 정리하기 귀찮다' 등 다양한 이유가 나올 수 있다.
이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 중 하나는 5 Whys를 사용하기 전에 피쉬본 다이어그램(특성 요인도, Cause and Effect Diagram)을 진행하는 것이다.
Fish bone Diagram (특성 요인도, Cause and Effect Diagram)
사실 주어진 문제에 대해, 한 가지 원인만 존재하는 경우는 드물다. 위에 예시로 작성한 '휴대폰의 용량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그러한데, 피쉬본 다이어그램을 이용하면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기에 적합하다. 피쉬본 다이어그램을 그리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왼쪽에 문제를 쓰고, 수평선을 긋는다. 이 선이 문제의 중심이다. 2. 문제를 구성하는 요소(카테고리)를 적고 문제의 중심선과 연결한다. 3. 주요 요소의 선에 작은 선을 붙여 가며 각 요소와 연관된 원인을 적는다. 4. 각 카테고리별로 중요도 순위를 매긴다. 5. 필요에 따라 추가 조사나 연구를 진행한다.
카테고리 분류로는 5Ms (methods, machinery, management, materials, manpower), 4Ps(place, procedures, people, policies), 4Ss(surround- ings, suppliers, systems, skills) 등이 사용되나, 상황에 따라 카테고리를 변경해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짧게 작성해본 피쉬본 다이어그램
피쉬본 다이어그램의 목적은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모든 요인을 정리하고 집중적으로 해결할 카테고리/원인을 찾는 것이다. 다이어그램을 정리하고 집중할 문제점을 찾았다면, 해당 문제에 대해 5 Whys와 같은 심화 분석이나 추가 리서치를 진행해 문제의 원인을 구체화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실무에서는 근본 원인을 찾고 분석하는 일이 적어 아쉽다. UX 디자이너라는 명함을 가지고 있어도 UI 디자인이 주요 업무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문제의 원인을 찾는 태도, 분석을 습관화하는 자세는 UX뿐만 아니라 UI를 설계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생각을 구체화하는 훈련으로 조금 더 괜찮은 분석가가 된다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꽤 괜찮은 결과를 내는 기획자, 디자이너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참고문헌:
정해성 (2016), 근본원인분석을 이용한 신뢰성 문제 해결, <신뢰성응용연구>, 제16권 제1호, 7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