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피 Mar 13. 2021

27. 내 일이 아닌 듯 무심히 시크하게

/ 짐 캐리의 경우

1998년 개봉된 ‘트루먼 쇼’는 코미디언 짐 캐리를 정통한 영화배우로 자리매김 해준 명작이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된다. ‘트루먼 쇼’는 그동안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개그를 선보인 짐 캐리의 평가를 180도 바꿔준 영화이다.

<트루먼쇼>의 '짐 캐리'

어릴 적부터 남다른 유머와 행동으로 재능을 보여 준 그는, 사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고등학교도 자퇴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든 소년 가장 같은 성장기를 보냈다. 그의 유머스러운 행동은 어머니를 위함이었다고 한다. 약물 중독과 우울증으로 하루 종일 누워만 있는 어머니에게 웃음을 주는 유일한 도구는 그의 개그였다고 한다. 

회계사였던 그의 아버지가 실직하면서 그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지고 살 집이 없어 중고 캠핑카를 구입하여 온 가족이 함께 지내기도 했다. 그는 낮에는 아버지가 취직한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스탠드 업 공연으로 서서히 자신의 꿈을 키워왔다.

더 이상 고향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던 그는 굳은 마음으로 로스앤젤레스로 향했다.


오랜 기간 무명 생활을 겪은 그는 1990년 한 TV프로에 출연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1994년 <에이스 벤츄라>에 출연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이어서 <마스크>, <덤 엔 더머>를 연속 히트시키며 확실한 코미디언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하지만, 가장 화려한 시기도 잠시 멘토와도 같았던 아버지마저 돌아가시며 깊은 시름에 빠지기도 했다.

그 후, 짐 캐리가 도전한 영화들은 코미디가 아닌 정극이었다. 모험과도 같은 <트루먼 쇼>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후 전설적인 코미디언 ‘앤디 카우프만’의 생애를 다룬 <맨 온 더 문>의 주연을 맡게 된다.

'앤디 카우프만' 역의 '짐 캐리'

1999년 개봉한 <맨 온 더 문>은 영화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지만 짐 캐리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만다. ‘앤디 카우프만’에 충실하기 위해 촬영 기간 내내 그의 모든 것을 따라 하며 성실한 연기자의 모습을 보였지만, 촬영 이후 자신과 영화 속 인물의 괴리감을 느끼고 우울증을 앓기 시작한 것이다. ‘나란 인물은 누구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인기와 돈에 허무를 느끼며 모든 일에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이후 지속적인 약물 치료 덕에 어느 정도 자신의 모습을 되찾은 그는 <그린치>, <브루스 올마이티>등 따뜻한 영화에 출연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는다. 하지만 3년간 사귄 25살 연하의 ‘카트리나 화이트’라는 애인이 그와 결별 후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녀는 남편과 별거 중이었고 그녀의 남편은 짐 캐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긴 싸움 끝에 결국 짐 캐리의 승소로 결론은 맺지만, 이 사건을 통해 많은 충격을 받고 2016년 이후 4년간 두문불출 잠적하였다. 다행히 2020년 <슈퍼 소닉>을 통해 복귀하며 특유의 개성 넘친 연기를 선보인다.

<슈퍼 소닉>의 '짐 캐리'

짐 캐리는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꾸준한 약물 치료와 노력을 하였다고 한다. 어떤 인터뷰에서는 “지금도 비가 오면 우울함은 찾아오기도 하지만 오래 머물지 않는다. 우울함은 더 이상 우울증에 빠지게 할 만큼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현 상태를 말하기도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울증에 있어서 약물 치료는 필수라고 말한다. 옳은 말일 것이다. 우울증을 벗어나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만큼이나 의학의 도움을 받는 것은 필수 사항이다. 약물 치료를 받기 위해선 스스로가 우울증에 빠져 있음을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더불어 운동과 그림, 노래 등 자신만의 탈출구도 찾아야 한다.


일상은 반드시 되찾을 수 있다.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 시기가 빨라질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전제되어야 할 것은 '스스로 우울한 나'를 느껴야만 한다는 점이다. 지금 내가 정상이 아님을 인정해야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다. 지나친 죄책감에 휘둘려서도 안된다. 주변과 섞이지 못함 또한 내가 온전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과도한 타인에 대한 의식은 나 신을 잊게 만들 수 있다. 때로는 '내 일이 아닌 듯 무심히 시크하게' 지나쳐야 한다. 혼미스런 마음을 정리하려면 아무 생각 안 하면 그만이다. 걱정과 두려움은 어제 내린 눈과 같아서 생각할수록 커져만 간다. 그러는 사이 내 일상은 초라해진다. 조금만 걱정하고 적당히 두려워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질끈 눈 감고, 지나치는 연습을 해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