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이라는 말로 빠져드는 중독의 세계
그저 재미로 시작한 게임, 피로회복제라 믿었던 약, 무심코 켠 유튜브.
중독은 언제나 ‘이 정도는 괜찮아’에서 시작된다.
그 한 끗을 넘은 순간, 삶의 균형이 무너진다.
중독과 재미
처음엔 재미였다. 게임을 하던 손주도, 유튜브를 켜둔 남편도 그랬다. “재밌어. 조금만 할게.” 그 한마디로 시작된 작은 습관은 언젠가부터 점점 시간을 삼키기 시작했다.
남편은 요즘 유튜브 중독이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영상을 틀고, 점심을 먹고 나서 또 스마트폰을 든다. 뉴스, 드라마, 강의, 먹방… 처음엔 정보였고, 지금은 습관이다.
이젠 말해도 소용이 없다. 그는 말한다. “그냥 보다가 끄면 돼.” 하지만 ‘그냥’이라는 말이 하루를 다 잡아먹고 있는지도 모른다.
손주도 비슷하다. 게임을 하며 소리를 지르고, 웃고, 흥분한다. 처음엔 똘똘한 눈빛이 귀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만”이 사라졌다. 아이도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아 헤맨다.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재미와 중독은 정말 한 끗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마약중독 예방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한 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 마약을 접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게 그렇게 나쁜 줄 몰랐다’고 합니다.
‘그냥 살 빠지는 약이라고 해서…’
그게 마약이었다는 걸 알았을 땐, 이미 몸도, 마음도 중독돼 있죠.”
나는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 정말 그럴 수 있겠구나. 단순한 호기심, 예쁘고 싶다는 마음, 지치고 힘든 나를 잠깐 잊고 싶다는 충동. 그게 무서운 중독으로 이어진다.
드라마에서도 봤다. 마약이 거래되는 장면, 그 뒤에는 정치인, 연예인, 기업인까지 얽혀 있었다. 단순히 나쁜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은밀하게, 깊숙하게 스며드는 구조.
그 시작은 늘 같다.
“딱 한 번이야.”
“이 정도는 괜찮겠지.”
더 충격적인 건 대치동 학원가에서 있었던 일이다. 피곤해하는 아이들에게 누군가 약을 건넸고, “피로 회복제야. 집중력에 좋아.” 부모도 교사도 처음엔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나중에 밝혀진 건, 그 약의 성분은 아이에게 전혀 안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이제는 알 것 같다. 재미와 중독 사이에는 정말 한 끗 차이가 있다. 재미는 가볍다. 하지만 그걸 조절하지 못하는 순간, 삶 전체가 그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재미는 즐거움으로 남아야 한다. 의지와 선택이 깃든 시간 속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중독은 선택을 빼앗고, 마침내 그 사람 자체를 삼켜버린다.
‘조금만’이라는 말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안다. 중독은 단순히 끊는 게 아니다. 그 처음의 한 끗을 기억하는 데서부터 진짜 회복이 시작된다.
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