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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Apr 17. 2023

비오는 날에도 자전거를 타고 통근합니다.

2023년 4월 17일의 기록

2023.4.1 / 집 앞 통근길 / sony a7r2 / tamron 2875


타 지역에 발령을 받은 뒤로 기차로 출퇴근을 한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기차역으로, 기차역에서 사무실로 이동할 교통수단을 찾게 되었고 버스노선 등이 너무 복잡해 자전거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대중교통이 그리 발달하지 않은 지역에 발령을 받다 보니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통근하면 따로 시간 내어 유산소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한몫했다. 벌써 9개월째, 접이식 전기 자전거를 둘러메고 기차에 오르내리며 누구보다 열심히 통근 중이다. 


자전거를 타고 통근하다 보니 자연스레 날씨에 관심이 많아지게 되었다. 출근 전날 밤 네이버 창에 '대구 날씨'와 '구미 날씨'를 번갈아 검색하며 일주일간의 날씨를 미리 알아본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보이면 우의와 방수포를 가방에 챙기곤 한다. 1mm의 비소식이 10mm의 비소식으로 바뀌지는 않을까, 괜히 노심초사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통근을 하는 사실을 아는 직원들은 비 오는 날이면 항상 놀란 얼굴로 내 자리로 와 에게 묻곤 한다. '오늘도 자전거 타고 왔어?'라는 놀람에 '우의 입어서 괜찮았어요'라며 담담함으로 대응한다. 그 전날 우의를 주섬주섬 챙기며 날씨에 신경 쓴 사실을 굳이 티 내지 않는 편이  담백해 보여 긴 말은 하지 않는다.


학창 시절에항상 비를 맞으며 지내왔던 것 같다. 비를 맞으며 지내왔다기보다 비 오는 날을 특별한 날로 여기지 않으며 지내왔다고 할까. 특히 해외에서 지낼 때는 비는 오면 맞는 것이고 피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날씨 예보조차 검색해보지 않았다.


짧은 해외 거주 경험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냥 나의 성향이 그러했다. 비를 피하려 애쓰는 사람을 발견하거나 비가 와서 밖에 나가지 못한다는 사람을 마주할 때면 '비를 왜 저렇게 피하려고 노력을 할까' 의문이 들곤 했다.


직장생활을 하며 경제적 여유가 생기니 통근 시 또는 친구를 만나러 갈 때  자동차를 이용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맞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것만 같다. 자동차는 무슨, 버스비 아껴보겠다고 2,3 정거장은 걸어 다니던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면 장대비에 소용도 없는 우산을 쓰며 다 젖어버린 신발과 바지 밑단을 그저 툭툭 털며 생활하곤 했다. 그만큼 비 맞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요즘은 사무실에 앉아 창문에 빗방울 부딪히는 소리라도 들리면 배달어플을 켜고 점심을 문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오는 짧은 거리를 걷는 것이 그만큼 번거롭고 수고로운 것이 되었다.

 

물론 비를 맞으면 찝찝한 기분이 들고  젖은 무거 옷을 입고 생활하고 싶지는 않다. 분명 그렇다. 다만, 제기능을 잘하지 못하는 일회용 우의를 입고 비 오는 통근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오가다 보니 비를 맞는다는 것을 그렇게까지 꺼려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사무실 창문으로 밖에서 피고 지는 꽃을 바라보며 날씨를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가끔 비라도 맞으며 날씨의 변화를 느끼고 싶다는, 조금은 이해되지 않는 생각이 문득 들곤 한다.


우의에 부딪히는 탁탁 거리는 빗소리가 좋고, 우의 빈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맑은 빗방울의 차가움도 기분 나쁘지 않다.


전히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거리를 걷거나 우의를 입고 자전거를 타겠지만 비 오는 날이 '우의와 우산을 사용하는 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날이었으면 한다. 옷이 젖더라도 우리의 기분까지 젖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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