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번의 밤과 낮이 교차되어 이루어진 이 시간은 흔히 '완성'의 시간이라 여기어집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고운 손으로 종이학 천마리 접어 유리병에 넣어 수줍게 풋사랑 고백하는 소녀의 바람처럼 '이루어 짐'을 고대하는 그런 숫자입니다. 페르시아의 왕이 신부를 맞이하고 죽이기를 거듭하던 중 총명한 여인의 기지로 천일동안 밤새 이야기를 들려주어 그 왕의 생각을 바꾼 것도 <천일야화> 아니었던가요.
2.
천일(千一)... 은
또 다른 천일의 동음이의로서 중국 황하가 천년에 한번 맑아진다는 말로, 천년에 한 번은 성인(聖人)이 탄생하고 세상이 태평하게 된다는 뜻이랍니다. 천년에 한 번 탁한 황하가 맑아지듯, 이 세상 불의의 검은 바다가 맑게 되어 아직 건져 내지 못한 꽃들을 마주하길. 그래서 이른 봄날 꽃을 피우기를.
3.
천일(天日)...
하늘에 떠있는 태양. 우리에게 다가서는 햇볕.. 바로 sunshine을 의미합니다. 오늘도 날은 차지만 해는 하늘에 고스란히 떠 올랐습니다. 공평하게 세상을 비추는 태양처럼 우리에게 정의는 평등하게 존재합니다. 바라고 바래서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은 사람들을 저 깊은 바다와 골목길, 비행기에 두고 온 이들의 바람. 진실의 규명. 그리고 미안하다는 사죄. 그것으로 모든 것이 치유되진 않겠지만.
4.
근황
신약 복용 후 유전자 수치가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조혈작용까지 순작용이 되는지 호중구 감소가 현저히 줄어들고 혈소판만 지속 수혈하고 적혈구의 수혈주기는 멀어졌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혈소판 수혈도 주기를 늘려보기로 합니다. 다 여러분들의 응원과 기도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가속기와 급성기 백혈병의 예후는 보통 1천 일의 치료 경과로 가늠된다고들 합니다. 기대 수명의 90%를 살지, 4~5년 버틸지. 그래도 1천 일을 버티어 보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