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소중한 모두에게
새끼손가락 하나가 부러졌을 뿐인데,
일상이 덜컹거린다.
자판 위의 리듬도,
호주머니를 더듬는 동작도,
기타 줄을 누르는 감촉도
조금씩 어긋나 버린다.
평소 눈여김 없었던 이 조그만 손가락이
주먹을 완성하는 마지막이라는 걸,
세상을 쥐는 힘의 끝자락을 버티는
묵묵한 조력자였다는 걸,
나는 이제야 알아 간다.
몸의 어딘가 작고 어두운 곳에
늘 거기 있었지만
한 번도 들여다본 적 없는 존재.
골절이라는 사고 하나에 겨우
그 존재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작지만, 얼마나 소중한가.
눈가에 솟은 작은 수포.
별일 아니겠지 싶어
며칠을 버텼다.
하지만 고요한 통증이 점점 번져,
대상포진이라는 이름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어릴 적 수두로 남긴 바이러스가
몸속 깊은 곳에 조용히 잠을 자다가,
내가 힘들 때,
마음의 틈이 벌어질 때,
그 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할 때,
불쑥 고개를 든다고.
작은 통증 하나가
과거의 기억을 데려오고,
낡은 고민을 흔들고,
삶의 균형을 묻는다.
아픈 건, 그냥 아픈 거였다.
그게 작든 크든,
몸은 기억하고, 마음은 따라 덜컹인다.
생각해보면,
작은 것들은 참 쉽게 지워진다.
사소하다는 이유로,
유약하다는 변명으로,
익숙하다는 핑계로.
그러나 작은 것들이
세상의 결을 만든다.
숨결처럼 흐르고,
한결같이 버티고,
세상의 온기를 나눈다.
큰 꿈도, 멀리 있는 변화도
결국은 이 작고 사소한 것들에서
시작된다.
뜨거운 하늘이 펼쳐진다.
오늘은 작고 얇은 티셔츠를 입고,
짧은 바지를 꺼내 입는다.
그런 작고 가벼운 선택이
얼마나 귀한 자유였는지,
조금 늦게 깨닫는다.
지금, 이 작고 소중한 일상이
다시 숨을 쉰다.
나는 그 안에서
고요히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