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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버리 럭키데이

현진건 <운수 좋은 날>을 읽고

by 박 스테파노

비는 하루 종일 왔고, 앱은 불이 났으며, 배달은 쏟아졌다

‘운수 좋은 날’이라고, 그는 채팅방에 올렸다

도시락 다섯 개를 업고 스쿠터를 밀고 계단을 오르고

문뜩 생각났다 주머니에 접어 넣은 낡은 쪽지


“죽 한 그릇만…”


약국은 이미 닫혔고, 아내는 답장이 없다

그는 마지막 배달지에서 팁을 챙겼다

즉석 죽을 샀다 24시간 편의점 혹시 몰라 데워서

집 앞에 다다르고 문은 열려 있었다 아무도 없었다


내려놓은 봉투 위에만 김이 맺혔다

오늘은 아내의 첫 기일


딜리버리 럭키데이. S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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