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 <운수 좋은 날>을 읽고
비는 하루 종일 왔고, 앱은 불이 났으며, 배달은 쏟아졌다
‘운수 좋은 날’이라고, 그는 채팅방에 올렸다
도시락 다섯 개를 업고 스쿠터를 밀고 계단을 오르고
문뜩 생각났다 주머니에 접어 넣은 낡은 쪽지
“죽 한 그릇만…”
약국은 이미 닫혔고, 아내는 답장이 없다
그는 마지막 배달지에서 팁을 챙겼다
즉석 죽을 샀다 24시간 편의점 혹시 몰라 데워서
집 앞에 다다르고 문은 열려 있었다 아무도 없었다
내려놓은 봉투 위에만 김이 맺혔다
오늘은 아내의 첫 기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