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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탕은 아직도 끓고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그 매운탕 이야기

by 박 스테파노

비린내는 늘 선착장보다 사람에게서 먼저 났다.

그녀가 말했다, 대구탕도 장어탕도 아닌 그저 매운탕.


“그때 우리, 왜 안 됐을까.”


그는 대답 대신 국물부터 들이켰다.

미더덕이 터져 혀끝이 얼얼해질 무렵, 그들은 말이 없었다.

내장도, 뼈도, 그저 붉고 맵게 우러났다.

젓가락이 자꾸 같은 조각을 집었다.

술잔은 짝이 맞지 않았고, 술병은 줄을 지어 늘어났다.

그녀는 사는 게 매운탕 같다며 비틀대며 일어났다.

기억은 꺼졌는데, 국물은 아직도 끓고 있었다.


기억은 늘 습작. S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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