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동백꽃> 그 아이들은 어찌 되었을까
그날도 앞마당엔 닭이 푸드덕거려 어수선했고, 당신은 감나무 아래 그저 그림자처럼 서 있었네.
자두꽃은 벌써 저만치 시들었고, 노란 동백꽃(아니, 생강나무 꽃이라드라)이 뚝뚝 흙에 스며들던 늦으막한 겨울 한복판이었지.
내 볼때기를 툭, 치고 가던 그 야물딱진 손끝이 여즉 시린 걸 보면, 영락없이 그때 그 마음을 내가 짚었건만.
쑥스러워 그랬던 것도 아니요, 억지로 터뜨린 낄낄거림은 더더욱 아니었으렷다.
사랑이란 게 본디 그 끝을 모른 채 막무가내로 시작되는 법이랬거니, 당신은 한 번도 에누리 없이 물어본 적이 없었지.
우리 어머니 하마터면 이승을 뜨시던 그 해, 희한하게도 마을엔 첫눈 한 조각 내리지 않았네.
당신은 싸늘한 무덤 앞에 서서 한참을 머뭇거렸고, 나는 뒤꼭지 보란 듯이 홱 돌아섰지.
우리가 서로를 외려 잘못 알았던 건 아니라는 걸, 세월이 주섬주섬 흘러도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었네.
사랑이란 참으로 묘한 일이지, 누가 먼저 아가리를 놀렸느냐가 아니라, 누가 끝끝내 벙어리마냥 입 다물었느냐로 기억되니.
오늘, 당신이 소리 없이 남기고 간 씨앗 하나가 내 보잘것없는 텃밭 한 켠에 기어이 붉은 잎을 툭, 터뜨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