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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

늦은 아침 생각의 시창작 01

by 박 스테파노

참된 여행은 풍경이 아니라

눈 속에 깃드는 새벽빛에서 시작된다

길은 언제나 설렘과 두려움을 한 짐처럼 지고 오고

익숙한 골목도 처음처럼 낯설게도

어제 건넌 다리가 오늘은 물빛을 달리한다


두려움을 기쁨으로 바꾸는 비밀은

길을 가기 전에 길의 숨결을 알아두는 일

지도를 펴듯 마음을 펴고

숨 쉴 자리를 기억하며

어둠이 깊어질 오르막과

바람이 허리를 베고 지나갈 낭떠러지도

먼저 마음에 그려 넣는 일


끝에서 기다릴 빛 하나를 품고 간다면

길가의 풀꽃은 문장을 쓰는 붓이 되고

산등성의 구름은 발걸음 위에 흰 이불을 덮어줄테니

지나온 길이 가시밭이라도

이제 걷는 길은 한낮의 강가처럼 부드럽겠지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염치 없이

서로의 응원을 훔쳐 달빛처럼 주고받는다


여행길. AI S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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