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탄핵
5년 전엔 엄중한 탄핵의 결정이 내려 졌습니다.
6년 전엔 알파고와 이세돌의 두번 째 대국이 있었습니다.
과거의 두 가지 일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기묘하게 연결되는 생각들이 있었습니다. 시끄럽던 그 시간은 옛날 일이 되어 세상 조용하다가 선거의 결과가 그 기억을 소환합니다.
시간차를 둔 두 사건을 지금 다시 생각해 봅니다.
1.
난생 처음으로 아니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경험이었습니다. 재판과 대국을 실시간으로 중계받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결과를 이성적으로 예견하면서도 예측의 실패를 내심 두려워 하며 지켜 보았습니다.
2.
결과를 보고 해석하는 관점은 저마다 였습니다. 마치 금방이라도 어마무시한 일들이 생겨날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만 같은 사건이 휘몰아친 뒤 달라진 것은 딱히 꼽아 보기 어려웠습니다.
3.
알파고...중개하는 사람들의 말끝마다 알고리즘이니, 한대가 아닌 수 천대의 컴퓨터라니 1초의 십만수의 연산이라니, 이런 말들이 오고 갔습니다. 틀리지도 그렇다고 꼭 맞지도 않는 말들... 이러한 준비되지 않은 의견의 제시는 용감하기까지 했습니다. 무지는 용기를 부여하곤 하니까요. 이런 무지는 지금도 여전합니다.
4.
당시 국가원수는 신발에 붙어 있는 센서를 보고 인지컴퓨팅을 떠 올렸습니다. 알고 한 말이라면 알파고 수준의 분석력과 유추결론이겠지만 그저 무식함에서 비롯된 용기라면 재앙수준이었습니다. 결국 1년도 지나지 않아 후자로 판명되고 말았습니다.
5.
스카이넷과 기계인간이 우리를 지배할까 봐 걱정할 시간에 최적화와 분석의 모델링의 주체가 누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윤리적 합의도출이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그것 없는 논의는 참 무서운 일이 됩니다. 그래서 이 바둑대국은 참 무서웠습니다.
6.
특정 이념이 이 세상을 지배할까 봐 두려워 하는 시간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인지하고 머리를 맞대어야 했습니다. 옛날은 갔지만 사람들은 남았습니다. 그래서 더 무서웠습니다.
7.
감성이 없는 지성; 비단 알파고와 같은 컴퓨팅만의 이야기는 아닐 듯 했습니다. 그래서 감히 인지컴퓨팅으로 대체할 직업군을 꼽는다면 소위 이야기하는 '사'자 직업군, 즉 고강도 학습으로 자격을 얻은 뒤 감성따윈 집에 두고 '기계적'으로 일하는 전문직들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의사들은 여전히 밥그릇 타령이고 판사는 재판을 거래의 시장에 올려 놓았습니다.
8.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임에도 그렇지 못하는 그 일들...어쩌면 우리는 바라는지도 몰랐습니다. 차라리 기계가 나을지도 모르니,,,병원에서 법정에서 그리고 수많은 일상에서 전문적 지식의 견장에서 '인간'을 읽기란 어려운 새상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나도 그 부류 중 한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기계보다 더 인간미 없는 천한 자본의 꼬두각시...
9.
그래서 알파고의 등장은 이따금 '혁명'이라 읽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술과 산업의 혁명은 결국 사회의 계급과 계층을 뒤섞을 수도 있으니... 그래서 알파고 뒤에 있는 거대 자본주의의 거인이 두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치 권력과 자본의 결탁 된 예상 어려울 만큼 막강한 힘은 혁명적 사건마저 컨트롤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그 안에서 판짜기를 하는 잘 포장된 썩은 생선은 썩어 냄새를 진동시킬 때까지 아무도 모를 수 있으니까요.
10.
결과를 인정하고 현실을 인지합니다. 걱정이 태산 같고 가끔 어이없음에 실소가 나오지만, 이 또한 '과거의 오늘'이 된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까요. 어른이 되었나 봅니다. 인생이라는 과대망상을 버티고 있는 비루하지만 소중한 일상으로 가야 하겠지요. 선택은 퀴즈 정답 제출이 아닙니다. 퀴즈야 틀리면 감점이나, 꽝이라는 부끄러움 뿐이지만, 선거라는 선택은 '책임'이 뒤따릅니다. 편 갈라 뒷짐지고 '네가 책임져'라고만 하지 않으렵니다.
여전히 촛불은 준비되었고 광장은 열려 있으니까요.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
사족)
그냥 제목만 같은 노래. 그리고 015B라서
https://youtu.be/zT0FDajq9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