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뒷장을 보자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3613561?sid=101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 7일째 정부와 화물연대 대표자들이 두 번째로 마주 앉았지만, 40분 만에 협상이 결렬됐다. -기사 본문 중단-
지난 6월 정부의 안전운임제 일몰제 연장이나 법제화의 움직임이 없자, 화물연대는 파업에 돌입합니다. 당시 국토부 차관의 주재로 합의문이 도출되었고 골자는 안전운임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식 법제를 위한 노력도 하겠다는 이행 책임 약한 '합의문'에 사인이 된 것이지요. 화물연대도 한 발 물러서 파업을 풉니다.
문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국토부가 갑자기 '일몰제 3년 연장'이라고 입장을 미묘하게 바꿉니다. '계속'이라는 의미는 3년 시한의 재연장일 뿐 영구 지속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화물연대는 반발합니다. 협상 당시 '항구적'인 법제화를 약속했다는 것이지요. 결국 이 '계속'이라는 단어에 대한 입장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진실게임이 계속되었고, 그 결과 지금의 '강대강' 국면이 된 것이지요.
사실 이번 총파업은 정부와 국회가 무리하게 화주 입장을 거들다가 시작된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뉴스가 잘 다루지 않아 알려진 바가 없을 뿐이지요. 당정은 화주(화물의 주인)가 운수사에게 지급하는 '안전운송운임'을 삭제하는 등 현행보다 화주의 주장을 실은 개정을 시도한 바 있습니다. 안전운송운임을 삭제하면 화주와 차주간 업무 연결고리가 끊어지는데, 이는 화주의 책임을 묻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논란이 지속되자, 원희룡 장관은 '화주 책임 조항'을 없애기로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처벌 조항 삭제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안으로 내놓은 유가보조금이나 표준임금제는 한계가 존재하기에 입장차가 분명합니다. 이 제도의 논의 대상을 운수사와 차주로 좁히는 방안입니다. 결국 갑 중의 갑인 화주에 대한 견제와 통제는 유명무실해집니다.
전 세계적으로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네거티브 방법으로 운수의 적정 운임을 유지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한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는 운송 시장의 구조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운송사업자, 운송기업이 월급을 주는 방식으로 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자영업자들이 개별 업무 계약을 수임하는 형태입니다.
운수사업자들이 고용한 기사들은 노동에 비례한 수입을 보장받습니다. 정해진 근로의 요건만 채우면 임금을 받으니, 3과 (과속, 과적, 과로)를 할 이유가 없으니 관련 법제도 없고, 위반 시 사업자를 처벌 히지 화주를 처벌하지 않는 것입니다. 유가보조금도 기사들은 관심 없게 됩니다. 유류비를 회사가 부담하니 신경 쓸 이유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화주, 지금 안전 운임이 적용되는 BTC(벌크, 트레일러, 시멘트)의 화주는 대형 물류ㆍ해운사, 재벌 대기업 집단, 시멘트 콘크리트 업체, 그리고 건설업체 등 대다수가 대기업들입니다. '화주'의 책임 강화를 약속해야 엉킨 실타래가 풀린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먹히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는 대한민국 운송 벨류체인의 특성상, 화물연대 파업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필수요소가 됩니다.
이번 '업무개시 명령'은 정확히 말하자면 '운송법에 따른 업무개시 명령'입니다. 이는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의 입법인데, 정부의 입법이 아닌 국회의 입법으로 발효된 법령입니다. 당시 입김 센 화주들의 입법로비로 만든 '위헌적 요소의 악법'이라는 비판이 거세었습니다.
그간 이 법령이 그동안 발효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으나, ILO(국제노동기구)의 지적이 큰 영향이 있습니다. ILO의 핵심협약 105호에는 '파업 참가에 대한 제재'로서 '강제노역 금지'를 조항으로 두고 있습니다. ILO의 협약은 비준과 상관없이 회원국이라면 기본협약의 의무를 다할 법적 책임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OECD 36개 국중 일본과 함께 유이한 '비인준 국'. 그나마 일본도 인준 임박)
그리고 지난 2020년 파업 의사들의 복귀 명령인 '의료법에 의한 업무개시 명령'을 이야기하는 여당 패널들도 있는데,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법이 다릅니다. 명령을 구속할 상위법이 운송법과 의료법으로 다릅니다. 그리고 자격과 지위가 다릅니다. 의사들은 당시 봉직의, 급여 근로자의 지위였지만, 지금 운수 기사들은 자영업자, 개인사업자들입니다. 그렇기에 헌법 15조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위헌작 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논점은 실효성에 대한 양측의 공방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간과하기 쉽습니다. 저도 가장 뒤에 언급하니 반성부터 합니다. 실효성은 두 가지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하나는 실제 '안전'이 향상되었는가, 그리고 법 적용이 실제 되었는가로 나누어 봐야 합니다.
아직 정확한 분석은 없지만 정부와 화주는 화물차의 교통사고, 사망자 증가를 들어 실효가 없다 하고, 화물연대는 3과 (과속, 과적, 과로-졸음운전)로 인한 교통사고는 감소하였고, 특히 안전 운임제 적용하는 BTC(벌크, 트레일러, 시멘트)의 경우 더욱 줄었다는 교통안전연구원의 연구자료를 제시합니다. 정부와 화주의 근거는 BTC를 포함한 모든 화물차이고, 화물의 증가와 종사자 증원 등이 반영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관련 위반 신고가 잇따르지만 정작 과태료가 부과되는 경우는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운영하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 신고센터’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위반 사실이 인정됐으나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은 건수는 587건(33.2%)에 달한다고 합니다. 신고인과 피신고인이 합의해 과태료 처분 없이 신고를 종결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안전운임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4209건이지만 신고인이 스스로 취하한 사건도 1418건에 이릅니다. 안전운임제 정착을 위해 적극적인 적발과 실효성 있는 처벌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와 국회는 이런 '실태'를 조사하고 연구해서 대책과 개선을 이야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 파업' 타령입니다. 이번 파업이 거다 노총의 습관적 파업과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노동자'의 지위도 인정 못 받는 자영업자들이기에 '연대'가 되는 것이지요. 다른 자영업자들도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받기 위한 연대가 일어나는 양상과 맞닿아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이 예고되자, 파업 행위가 일어나기 전에 '불법성'을 운운하며 페이스북에 포스팅을 올렸습니다. 물론 '파업이 불법이다'라는 위헌적 표현은 없습니다. 아직 파업 행위가 일어나지 않았는데 모든 파업 행위가 '불법'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타협과 갈등조정이 아닌 온갖 '법기술'을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제는 공정 거래법을 들이대니까요. 노동자라고 규정하고 업무개시 명령을 내린 후, 갑자기 방향을 틀어 사업자라고 해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니요. 위법과 편법, 위헌과 편헌인가요.
이 사태의 종결은 간단합니다. 미비한 법제를 보완 생성하는 입법활동의 약속이 선결되면 됩니다. 연구조사, 공청회 등을 통한 입법 활동, 정부와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을 하면 면 되는 일인 것이지요. 우선 해야 할 일부터 잘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참고 자료
머니투데이
https://n.news.naver.com/article/008/0004822717?sid=110
https://n.news.naver.com/article/003/0011564208?sid=100
뉴시스
https://m.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613009013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