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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아침 생각] 겨울 아침

웅이가 여니에게

by 박 스테파노

1.

겨울에 시작하는 아침 길은

늘 설명하기 힘든 뿌듯함을 줍니다.

아직도 어두운 지난밤의 끝자락을 떨치고 일어나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겨울 아침이면 그런 생각에

숙취와 불면의 지난밤은 대수롭지 않아 보입니다.

.

2.

나도 한 때는 아직 어두운 이 미명의 아침에

배웅을 받아 보고 싶었습니다.

현관을 지나 엘리베이터에 오를 때까지

시린 아침 손 꼭 잡아 인사하고,

언덕 위에 있던 아파트 베란다에 기대어

내가 사라질 때까지 손 흔들어 주던 사람이 있었으면

깜깜한 그 새벽아침 보일리 없는

그 베란다의 미소를 억지 그려 내며

하루를 시작했던 그런 아침.


3.

예전엔 참 고지식하게 하지 말라는 것 않으며 살았는데,

그 하지 말라는 이유도 모른 채 말입니다.

이제 생각해 보면 그 이유라는 게

근거 없거나 억지일 때도 많았는데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겨울아침,

스스로 판단한 이정표에 길을 맡기기 시작하였고

그제서야 비로소 매 삶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좋은 겨울 아침.

이젠 손 흔들어 줄 미소가 있어서 벅찬 아침.

길고 긴 겨울밤 한숨이 없이 다가 온 아침.

그런 겨울 아침.

겨울 아침, 논현동 2017 (사진=내 사진)

-곰탱이 남편의 사랑하는 아내와 나누는 아침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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