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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Dec 02. 2023

저절로 아무는 상처는 없다

웅이가 여니에게

인생이란 묘한 거야.
​한때는 엄청나게 찬란하고
절대적으로 여겨지던 것이,
​그걸 얻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내버려도 좋다고까지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혹은 약간 각도를 달리해서 바라보면
​놀랄 만큼 빛이 바래보이는 거야.

​_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없는 남자들>에서

상처가 나면

딱지 앉은 상처 밑으로  몸의 백혈구와 온갖 에너지가 몰려가 '치유'라는 격한 싸움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곤 곧네 이겨내고 새살이라는 전리품을 가져다줍니다.  치유의 도움이 되는 것은 충분한 '휴식' 가장 유효합니다.

꼭 다치거나 상처가 나지 않아도 근력 운동을 제대로 하면 약 이틀 후에 근육통이 찾아옵니다. 바로 다음 날은 모르겠는데.. 그 담날 알게 되지요. 갈라진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근육통 동반한 무게 '운동'이 있어야 하고, 펌핑되어 부어 오른 살덩이가 갈라진 모양을 드러내려면 '휴지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

사람이 사는 삶도 그러한  같습니다.

제대로 뜨겁게 치열한 삶은 바로는 모르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몹시 아프게 마련입니다. 뜨겁고 제대로 한 만큼 비례해서 말이지요. 아픈 만큼 제대로 진정으로 한 것이겠지요.

지난 수년 동안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이 터널만, 저 고개만 하다가 이런저런 일들에 걸려 넘어 지곤 했습니다. 이런 일은 전재산이 걸린 송사였고, 저런 일은 뜻하지 않게 찾아온 희귀 질환이었습니다. 처음 넘어지고  금방 일어섰습니다. 다음엔 조금 늦게, 그다음엔 조금  늦게, 그리고 마지막엔 일어설  없는 것인지  넘어질까 일어나지 않는 것인지 모른   힘겹습니다.​

그저 끄적거려 누군가 읽어 줄 작은 능력이라도 남아 참 다행이라 생각되는 요즘입니다. 거처하던 작은 방에서 명도소송에 휘말려 강제 퇴거 당해 여관방을 전전하던 중에 작은 글귀하나 담았는데, 만원이 생깁니다. 횡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행히도 머지않은 미래에 '이런 일'이었던 금전적 송사가 풀릴 기미가 보이니, 버티길 잘했다 싶습니다. 네, 잘 버틸 것입니다.

삶의  시련도 상처와 통증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근육통은 사라지고 아픈 부위는 조금 더 단단하게 부풀어 오르고 엊그제 보다 조금 더 무게를 늘려 들을 수 있게 됩니다.

우리네 삶도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금 더 단단하고 크게 품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지난 시간들을 그저 고난이라 생각 않기로 합니다.

내 생애 첫 휴식이라 정의하겠습니다.

“저절로 아무는 상처는 없다.”

이제 돋아난 새살과 솟아난 근육으로 다시 성큼성큼 걸어야지요.

함께 걸으면 더 좋겠지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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