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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이로운 Oct 12. 2020

가진 게 많을수록 행복할까 : 환심과 사랑

무인도에서 생활한다면


근본적인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져 봅니다. 인간은 왜 필요 이상의 것들을 가지려고 하는가.


만일 내가 무인도에서 혼자 산다면, 먹을 것들을 찾으러 바닷가나 숲으로 갈 때, 멀끔한 정장을 차려입을까요. 손바닥만 한 명품 가방을 들려고 할까요. 값나가는 구두를 신으려고 할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무인도에서 생활할 때 내가 물건을 고르는 중점적인 기준은 실용성에 있을 것입니다. 물론, 거기서 내가 어느 정도의 심미성을 따질 수는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게 실용성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누구한테 보여줄 것도 아닌데요. 일단은 쓰기 편한 게 제일입니다.


현대인들의 소비 생활 대부분은 관찰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내가 이걸 가지고 다니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것이 현대의 소비 심리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들이 많다고 보는 것입니다. 개인의 소유물들로 그 사람의 다양한 측면들을 평가하는 문화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자꾸 더 많은 것들을 가지려 하는 것을 개인적인 욕심 문제로만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게 100% 사회 문제라고 보기도 어렵겠지만요.





소속감을 느끼려는 건, 인간의 기본 욕구


우리는 우리 주변 사람들의 영향력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그들은 우리의 가족들이 될 수도 있고, 친구들이 될 수도 있고, 연인들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 의미 있는 타인이 내 소유물들을 대하는 방식은, 우리의 가치관에 지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가진 게 없어서 누구한테 무시당한 경험, 가진 게 없어서 누구한테 거부당한 경험…. 이런 충격적인 경험들은 개인의 목표 의식을 돌변시킬 수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생긴 마음의 상처가 그 사람 인생의 방향을 바꿔 버리는 것입니다.


군중에서 소외되는 기분은 우리를 고통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집단에 소속되고 싶어 합니다. 소속감을 느끼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입니다.



환심을 얻는 것과 사랑받는 것


내가 이러이러한 것들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나와 헤어진 사람들은 소수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남긴 상처들로부터 비롯된 고통은 내 시야를 교란합니다. 그래서 내 눈에는 모두가 그런 사람들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일이 그렇게 돼 버리면, 나는 ‘괜찮은 물건들을 더 많이 가져야겠어.’ 하는 목표를 가지게 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내 소유물들을 보고 내 곁에 머무를지, 말지, 결정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 때는, 누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 ‘내가 가진 게 별로 없으니까, 저 사람이 나를 저렇게 대하지.’ 하고 단정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불행한 일이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기 자신을 물건들로 무장하는 것이 때로는 자기 자신에게 여러 가지 선물들을 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행동은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과 결코 같은 일일 수 없습니다.





나 때문에 내 곁에 있는 사람들


우리가 세상 모든 물건들을 다 가지고 있으면, 아무와도 헤어지지 않을까요. 모두에 가까운 사람들이 우리를 좋아해 줄까요. 선망은 선망이고, 사랑은 사랑입니다.


내가 좋은 물건들을 많이 가졌다는 이유로 나에게 다정하게 구는 사람들은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은 내가 가진 물건들을 사랑할 뿐입니다.


나에게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많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웃는 얼굴도 웃는 얼굴 나름이었습니다.


나는 가로등에 불이 켜져 있을 때만 가로등으로 달려드는 불나방 같은 사람보다는, 항상 가로등 옆에 서 있는 벤치 같은 사람이 더 좋습니다. 나에게 뭐가 딸려 있어서 나하고 사귀는 사람보다는, 내가 나라서 나하고 사귀는 사람이 더 좋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이 글은 자기 계발서 《비워 내기 ― 과잉의 시대와 미니멀리즘》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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