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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이로운 Jan 04. 2017

당신이라는 행복과
​당신으로 인해 지켜지는 행복들

즐거운 일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사람



   아주 예전에 어느 책에서 본 대목인데요. 분명히 멋진 일이 벌어졌지만 어떤 사연으로 인해 그 일을 즐길 수 없게 된 경우, 그 상황은 불행에 속한다고 합니다. 이 구절을 쓴 그 어느 책의 저자는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요.

   아무튼 그 당시 저 문장은 내 몸통을 세로로 쩍 갈라 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몸속 어딘가에서 그런 날카로운 통증이 치솟을 만큼 저 문장이 절절히 공감됐던 거예요(어떤 충격적인 일을 겪고 그 일을 생각하는 건 정신인데, 그럴 때마다 몸도 그 충격을 같이 느낀다는 게 나는 너무 신기합니다. 정신과 몸이 별개가 아니라는 그 사실은 번번이 신비로워요). 그 공감이 너무도 강렬했던 나머지 저 문장은 아직도 내 가슴속에 남아 종종 떠오르곤 합니다. 지금처럼…….

   그리고 나는 여전히 저 문장에 공감합니다. 

   행운을 두 손바닥 안에 가득 받아 놓고도 그걸 마음껏 즐길 수 없다면. 내게 온 행운 때문에 누군가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면. 몇 날 며칠 환호성을 터뜨려도 모자랄 좋은 일이 생겼지만 그 일 때문에 누군가에게 미안해해야 한다면. 그래서 웃지도 울지도 못한다면. 그렇다면 행운이고 뭐고 다 무슨 소용인가, 싶습니다. 오히려 그 행운 때문에 더 외로워질 뿐인데…….    





   언젠가 당신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죠. 당신이 거둬들인 성취가 동료의 패배가 되어 버렸던 그 날. 당신은 대단한 성공을 거머쥐고도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누군가 살아남는다면 누군가는 반드시 낙오되어야 하는 잔인한 시스템 속에 당신이 머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당신은 여러 번의 울음을 터뜨렸고 여러 번의 즐거움을 되삼켜야 했습니다. 당신이 뭔가를 멋지게 이뤄낼 때마다 당신만큼은 해내지 못한 누군가 그 시스템에서 밀려날 거라는 두려움이 있어, 당신은 실력을 유감없이 뽐내 놓고도 어딘지 초조한 기색이었습니다. 당신이 여러 사람들을 직접 밀쳐 내 탈락자로 만든 게 아닌데도 당신은 여러 날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사실 확실한 탈락자가 생기는 시스템 속에 있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성취가 누군가의 패배를 만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앞지르거나 뒤처지는 사람이 정말 있는 건 아닌데, 실제로는 등수나 등급 같은 게 매겨지지 않는데, 누군가 좀 더 잘해내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뼈아픈 패배감으로 작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 사회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죠.

   그래서 내게도 당신이 겪은 것과 비슷한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기쁜 소식 전하며 같이 유쾌해지려 했는데, 결국 내가 상대에게 준 건 좋은 기분이 아니라 열등감이나 박탈감뿐이었음을 깨달은 순간들……. 갈 곳 잃은 내 기쁨을 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순간들…….    





   그래서 말인데요. 우리에게 행복한 일이 생길 때, 제일 먼저 또는 제일 마지막에 서로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나만큼 당신 행복에 무조건 박수 보낼 사람이, 당신만큼 내 행복에 토 달지 않고 축하 보낼 사람이 또 있을까 해서요. 찾으려면 있기야 하겠지만 당신한테 나만큼, 나한테 당신만큼 편안한 마음으로 축복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되거든요.

   우리에게 행복한 일이 생겼다고 해서 우리를 둘러싼 모두가 우리를 한마음으로 축하해 주길 바라는 건 사실 욕심일 테고……. 우리 행복에 미소를 보내지 않는 이들은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어 그런 걸 테니, 그런 이들로부터 일일이 상처 받을 것도 없고……. 그러니 우리가 행복해지는 그 순간마다 우리는 서로의 행복에 한결같은 성원 보낼 서로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그래서 잠시 동안만은 행복 말고 다른 생각은 하지 않을 수 있게요. 행복할 때는 행복하기만 할 수 있게요.     





   어쩌면 대놓고 불행의 모습을 하고 오는 불행보다, 행복이 가로막힌 데서 오는 불행이 더 괴로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까닭에 나는 기쁜 일이 생길 때마다 되도록 당신 생각을 많이 할 작정입니다. ‘그래, 이 사람만큼은 내가 무슨 일로 어떻게 기뻐지든 그 기쁨에 동참해 줄 거야. 내가 마음껏 기뻐해도 된다고 말해 줄 거야.’ 곱씹으며, 내게 온 행복이 자기 몫을 다하도록 해 줄 작정입니다.    


   결국 당신은 내 모든 행복에 관여하는 사람이군요.

   당신이라는 행복과 당신으로 인해 무사히 지켜지는 행복들 덕분에 나는 내 삶을 오늘도 긍정합니다.

고마워요, 당신. 나도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고 진실로 믿게 해 주는 당신. 행복으로 다가와 행복을 가르치고 마침내는 나마저 행복이 되도록 해 주는 당신.    

   무심코 놓치지만 않는다면, 우리에게 할당된 행복은 우리에게 이미 넘칠 만큼 충분한 분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으로 인해 일상의 즐거움을 속속들이 발견하고, 그것으로 삶을 문득 만족스럽게 여기게 되는 것도 그런 맥락이겠죠. 

   우리 생애에 모든 것들은 이미 주어져 있고 우리는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 그 보물들을 하나씩 찾아 나간다, 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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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과 산문집을 발행하는 
WRIFE MAGAZINE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당신의 하루와 당신의 마음과
당신의 웃음과 눈물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WRIFE MAGAZINE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책 속 한 문장 :


바다에서 암만 소금물을 퍼내고 강물을 담아도, 바다가 강이 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이라는 바다에 새로운 담수가 뒤섞여도 당신은 언제나 바다입니다. 난 매일 당신이라는 바다를 만납니다. 그러니 마음껏 살아도 된다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마음껏 사느라 당신이라는 바다에 온갖 것들이 뒤섞여도 언제나 당신은 바다입니다.

-산문집『그 곁에 앉아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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