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근무, 장마 전선

<무제의 나날들> 2025년 7월 16일 수요일

by 무도인 박대리
무제의 나날들 타이틀(서문 텍스트 포함).jpg

화요일부터 재택 근무를 하고 있다. 지난주 토요일에 병원에 내원했는데,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는 비보를 전해듣고 심각성을 느끼기도 했고 게다가 이번주에는 많은 비가 예고되어 있었다. 장마 전선이 사라진 줄 알았더니 여전히 한반도를 서성이고 있었던 모양이다. 도저히 목발을 짚은 채 빗속을 뚫고 회사를 오갈 자신이 없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지하철에 목발을 짚고 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다행히 회사가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어서 목발로 출퇴근을 하더라도 그나마 만원 지하철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리가 생겨 좌석에 앉게 돼도 문제가 있었다. 보호대를 하고 있는 왼쪽 다리를 굽혀서는 안되기에 뻣뻣하게 뻗은 채로 지하철 자리에 앉아 있으면 손잡이를 잡고 앞에 서 있는 사람들, 통로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가왔다가 멀어지고를 반복한다. 지하철의 불규칙한 흔들림에 언제 어디서 사람이 밀려올지 알 수 없어서 매순간 불안했다. 행여나 쭉 뻗은 다리 측면에서 누군가 부딪혀 온다면, 그래서 내측 인대가 한번 더 벌어져버린다면 아마 큰 병원으로 바로 가서 수술 날짜를 잡게 될 터였다. 손잡이도 잡지 않고 바로 앞에서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주춤주춤 몸을 흔들고 있는 이들 사이로 위태롭게 다리를 뻗고 있으니 긴장감에 피가 말렸다. 그래서 차라리 자리에서 일어나 있는 게 마음이 편했는데, 목발을 짚고 서 있으면 이곳저곳에서 자리를 양보해주는 것이었다.(지하철 안의 사람들, 참 따뜻하다.) 그때마다 서있는 게 덜 아프다고 해명하고, 앉아있는 사람들은 마음이 불편해지고... 여러모로 이 상태로 출퇴근은 모두에게 고역이었다.


월요일에 출근하여 과장님께 이번주의 장마 전선에 대한 염려와 함께 재택 근무를 조심스레 부탁드렸더니 바로 대표님께 가셔서 허락을 받아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비뿐만 아니라 사무실 책상에 하루종일 앉아있는 것 또한 무릎이 아픈 일이었기 때문이다. 회사 책상에 앉으면 아무래도 다리를 지지할 만한 것이 없어서 저절로 무릎이 굽어지고, 오후 중턱 즈음 되면 아픈 다리가 저려오곤 했다. 다행히 집의 사무용 의자에는 다리를 뻗을 수 있는 리클라이너 기능이 있었다.

덕분에 재택을 한 뒤로는 무리한 움직임이 최소화됐다. 병원도 집 바로 앞이어서 진료를 받으러 가는 길도 한결 편했다. 회사로 이동하는 시간이 적어지니 잠도 많이 잘 수 있어서 회복에 도움이 많이 됐다. 날씨를 운운하며 재택을 부탁드린 것이 민망할 정도로 비가 적게 오거나 오지 않는 날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계속 날이 흐렸다. 흐린 날은 아팠던 부분들이 시려온다. 날이 흐려서 아픈 건지,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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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전에 병원에 가서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았다. 원래는 의사 선생님이 초음파를 보면서 또 주사를 놓겠다고 하셨지만 그게 신경주사이며 진통 효과가 있을 뿐 빠르게 낫게 해주는 효과는 없다는 얘기를 듣고 나는 주사를 거절했다.(아니, 너무 아픈데 호전되는 게 아니라면 안 놓으면 안되냐고 빌었다.) 그 대신에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게된 것이다. 몇 달 전에 오른쪽 팔꿈치에 체외충격파를 두어 차례 받아본 적이 있다. 이미 너무나 고통스러운 치료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다친 지 일주일밖에 안된 무릎에 치료기를 갖다대니 눈앞이 하얗게 타버릴 것처럼 아팠다. 4분 여간 고통받으며 나보다 한참 어려보이는 여성 간호사분께 '선생님'을 연발하며 비명을 질렀다.


새로 받은 처방전에서 진통제 양이 줄었다. 시간이 약이라고 하듯, 점차 나아질 거라는 거겠지. 몸의 근육이 빠지고 살이 붙는 게 느껴진다. 땀을 흘리고 싶다. 불광천을 달리고 싶고, 따릉이를 타고 망원역까지 페달을 밟고 싶다. 멍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줄넘기를 하고 싶다. 무릎을 굽혀 쪼그려앉아 신발끈을 매고 싶다. 옆으로 누워서 자고 싶다. 계단을 터덜터덜 좌우로 발을 뻗으며 내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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