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의 나날들> 2025년 7월 22일 화요일
지난주에는 약이 남았다는 핑계로 토요일에 병원을 가지 않고 주말을 보냈다. 체외충격파 치료는 너무 아프고 비싸다. 물론 치료를 받으면 조금은 호전되겠지만 실비 처리를 하더라도 당장 병원비는 내게 큰 부담이다. 지난 평일은 반복되는 재택 근무로 무료하게 지나갔다. 매일이 똑같은 하루였다. 장마 전선에 갇혀서 비가 엄청 쏟아지거나 비가 오지 않더라도 공기가 숨막히게 습한 한주였다.
코로나 이후로 처음으로 장보기 어플을 써서 생필품과 식재료를 주문했다. 평소에는 바구니 달린 자전거를 타고 집 인근의 대형 마트에 직접 가서 장을 한가득 봐오곤 했다. 자고로 식재료는 직접 보고 사야 된다는 나름의 고집으로 그리 살아왔는데, 다리를 다치고 나니 목발을 짚은 채 많은 짐을 이고지고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집에 누워 손가락을 까딱여 장을 본다니 세상이 참 좋아졌다. 웃긴 건 마트에서 걸어다니며 물건을 집을 때면 오백 원, 천 원 차이로 상품을 내려놓기도 하는데, 막상 작은 핸드폰 화면으로 보다 보면 비싸다는 감이 둔해져서 마구 물건들을 장바구니에 골라 담게 된다. 결제 화면으로 넘어가서야 총 금액을 보고 다시 되돌아가 몇 가지 물건을 빼곤 했다. '이건 다음에 다리가 나으면 큰 마트에 가서 여러 물건들을 놓고 골라보자.'라는 마음으로 유예한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 나면 놀랍게도 1시간 이내로 현관문 앞에 비닐봉지가 배달된다.
굳이 모바일로 장을 봤던 것은 지난 주말에 오래 전에 잡아둔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리를 다쳐서 취소해야 하나, 했지만 감사하게도 만나기로 한 지인들이 집까지 와주겠노라 했다. 배달음식으로 때우려다가, 부족하게나마 집들이 모양이라도 내야겠다는 생각에 작게 음식 한두 가지를 장만했다. 덕분에 주말은 작게나마 소란스럽게 보낼 수 있었다.
물론 평일이 마냥 외롭지만은 않았다. 요리를 잘하는 L이 찾아와서 맛있는 요리를 종종 해줬다. L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지난주 금요일 즈음에 무너져내리고 말았을 것이다. 움직일 수 없다는 무력감과, 계속 카레와 미역국, 당근라페, 두유와 켈로그를 반복해 먹으며 미쳐버렸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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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도 재택 근무다. 좀처럼 차도가 없어서 1주 더 재택 근무를 하기로 한 것이다. 어제는 토요일에 미뤘던 병원 방문을 했다. 뭔가 통증과 불편감이 계속 있는데 의사 선생님은 당연한 거라고 했다. 이제 2주밖에 안됐고 인대 손상은 제법 오래 간다고, 4~5주는 지켜봐야 한다고. 목발도 한동안은 짚는 게 좋을 거라고 했다. 절망적인 이야기도 들었다. 이미 끊어지고 찢어진 인대는 수술을 하지 않는 이상 붙지 않을 것이며, 굳이 운동이 업이 아니라면 수술 없이도 일상 생활에는 지장이 없을 거라고 하셨다. 취미지만 유도를 하고 있다고, 내년에는 유도 할 수 있겠냐고 여쭈었다. 그가 어설픈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확답을 드리기 어렵네요. 혹시 큰 병원 가서 MRI 찍어보실 거면 제가 소견서 적어 드릴게요."
수술은 정말 너무 받기 싫고 무서운데... 혹시나 내측 인대 말고도 전방 십자인대라거나 반월상 연골에 문제가 생긴 거면 어쩌지. 큰 병원에 가서 MRI를 찍어봐야 확실할 것이다. 일단 어제는 무거운 마음으로 체외충격파 치료와 물리치료를 받고 돌아왔다.
우울한 마음을 잊으려고 저녁에는 박서준이 MMA 파이터로 나오는 엑소시즘 영화인 <사자>를 봤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옥타곤에서의 격투 장면이 살짝 어설퍼보이기도 했고 끝으로 갈수록 흐름이 살짝 지루했지만 영화는 끝까지 봤다. 악마를 물리적으로 때려잡는다는 점에서 비슷한 영화인 <거룩한 밤>이 궁금해졌다. 아무래도 복싱을 오래 수련한 마동석이 주연을 했으니 액션씬은 좀더 볼만하지 않을까? 아무튼 귀신 영화를 보고 잤더니 꿈자리가 사나웠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왜인지 무릎 통증이 더 심해졌다. 뭔가 잘못되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병원에 전화해 물어보니 체외충격파 치료 이후에 아무래도 염증 부위를 건드리는 치료이다 보니 통증이나 불편감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내일 즈음 다시 상태를 보고 계속 아프면 한 차례 더 내원해봐야겠다.
몸을 못 쓰고 심심하니 자꾸 인스타그램의 릴스 같은 숏폼을 보며 시간을 허비한다. 슬픔을 빠르게 외면하게 해주니까, 모르핀을 찾듯이 무한 스크롤 지옥으로 자꾸만 제발로 들어간다. 알고리즘이 자꾸 내게 유도 관련된 영상들을 보여주지만 손가락으로 빠르게 밀어 넘긴다. 유도와 관련된 무언가를 보면 무력감에 눈물이 핑 돈다. 어쩌면 정말, 이제 영영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언제나 도복을 입을 때마다 '오늘 크게 다치든, 어떤 사정이든 마지막이 될 수도 있어'라고 되새겼기에, 언제든 그런 날이 와도 체념하고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막상 이렇게 망가지고 나니 각오했던 것보다 마음이 더 깊게 곤두박질 친다.
그럴 때마다 '아니, 이겨내. 어쩔 거야. 다시 재밌는 걸 찾으면 돼.'라고 스스로 다독인다. 나란 놈은 가라앉기 시작하면 한정없이 심연까지 내려가니까, 멱살을 잡고 끌어올려야 한다.
어쩌면 무제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지도 모르겠다. 무제가 싫은 건 아니지만, 물론 나를 지탱해주는 고마운 존재지만... 원망하듯이 적어서 미안해, 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