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만에 걸어올라가는 계단

<무제의 나날들> 2025년 9월 24일

by 무도인 박대리

목발 '무제'를 내려놓고 출근한 지 이제 보름 정도 되었다. 목발을 내려놓고도 한동안은 무릎이 구부러지지 않게 고정해주는 무겁고 큰 무릎 보호대를 차고 다녀야 했다. 일주일 정도 그렇게 삐걱이면서 걸어다녔다. 그것만으로도 큰 해방감을 느끼고 있었다. 두 팔의 자유를 찾은 덕에 퇴근길에 장을 봐서 들어갈 수도 있었고, 핸드폰을 확인하며 걸어갈 수도 있었다. 우산이나 양산을 드는 것도 한결 편해졌다.


그러다가 어느날 회사 점심시간에 시험 삼아 회사의 계단을 디뎌 봤다. 무릎 보호대를 빼고 무릎을 천천히 구부리며 딛고 올라섰다. 그동안 계단을 올라갈 때는 멀쩡한 다리만 구부려서 먼저 딛고, 다친 다리가 따라 올라가고, 내려갈 때는 구부러지지 않는 아픈 다리를 먼저 내려딛고 멀쩡한 다리가 따라가는 식이었다. 유도의 걷기로 치면 '이어딛기'와 같은 형태다. 한쪽 발을 먼저 한걸음 내딛고 뒷발을 앞서간 발과 평행하게 맞추어 따라 딛는다. 그리고 일반적인 보행 방법처럼 따라붙는 뒷발이 앞서간 발보다 한 걸음 앞을 딛는 걷기를 '내딛기'라고 한다. 그렇다보니 다리를 다친 뒤로 계단을 타게 되면 내딛기 식으로 계단을 오르는 다른 사람들보다 한참 뒤처진 속도를 낼 수밖에 없었다.

회사의 계단에서 아주 천천히 오른발을 디뎌 올라간 뒤, 바로 무릎을 구부려 왼발을 다음 계단 위로 올렸다. 많이 아플 거라고 생각했는데 통증보다는 오랜만에 근육을 쓰는 뻐근한 감각이 있을 뿐이었다. 10개 정도의 계단을 그렇게 오른발, 왼발 교차하며 올라갔다. 다친 왼다리로 계단을 밀어낼 때 뒤허벅지와 둔근에 힘이 들어갔다. 2개월 가량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은 부위였다. 기분 좋은 자극이 전해졌다. 올라가는 건 오히려 괜찮다. 계단을 내려가는 게 더 겁났다.

왼쪽 다리를 먼저 아래 계단에 딛고 천천히 왼쪽 무릎을 굽혔다. 계단의 난간과 벽을 단단히 짚었다. 오른쪽 발이 다음 계단에 내려설 때까지 영겁의 시간이 흘렀다. 찌르는 고통이 들 거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통증이 없었다.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듯한 느낌은 있었지만 통증이 없어서 놀랐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 더 신중하게 발을 내디뎠다. 10개의 계단을 다 내려와 계단참에 서서 혼자 조용히 기쁨을 만끽했다. 다시 또 같은 계단을 올라갔다가 내려오길 서너 차례 반복했다.


그 이후로는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도 종종 계단을 오르내렸다. 다소 무리한 날은 무릎에 통증이 느껴져서 다시 엘레베이터에 몸을 싣기도 했지만... 장족의 발전이다. 지금 이럴 때 더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무리해서는 안된다는 것. 그럼에도 마음껏 기뻐하기로 했다. 정신이 무너지지 않고 이만큼 회복할 때까지 잘 버텨냈음에 스스로가 대견했다. 주변에서 늘 다정과 챙김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혼자였다면 아마 매일 울고 날카롭게 날선 상태였으리라.


어쩌면 곧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김칫국을 마셨다. 추워지기 전에 페달을 밟을 수 있게 된다면 참 좋을 것이다. 희망은 참 달콤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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