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그땐 정말 그랬습니다.
표정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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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함, 설렘, 불안, 초조, 염려, 즐거움, 여유, 자신감… 형은 늘 이래야 했습니다. 당당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항상 동생을 챙겨야 했습니다. 동생보다 조금 앞서 간 세상은 하나하나가 신기했고,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세상에서 처음 만나는 일들은 설렘과 불안한 마음이 서로 교차했지요. 그러면서 조금씩 초조한 마음은 즐거움으로 또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꾸어졌습니다. 그렇게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 올라와 하나씩 배워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Memory
학교 운동장에서 처음 자전거를 배우던 날.
그 자전거가 분명 우리 것은 아니었습니다. 힘도 없는 동생이 뒤에서 잡아주고 밀어줬지만, 발이 페달에 닿지 않아 몇 번을 넘어졌는지 모릅니다. 어린 동생은 자전거가 넘어질까 봐 손을 놓지 못하고 뒤에서 따라오다 함께 넘어졌습니다. 철퍼덕! 둘이서 함께 넓은 운동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동생의 얼굴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보였습니다. 너무 푸른 그 어느 여름날이었습니다.
표정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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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불안, 초조, 걱정, 무서움, 놀람, 신기함, 설렘… 형을 꽉 잡아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냥 넘어지면 땅인데, 동생에겐 지금은 죽기 전 상황보다 무섭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재밌고 신기하고 마음이 설렙니다. 형이 있어 안심이 되지만, 그래도 큰 소리가 나옵니다.
으아악~!
그 소리에는 얼마나 살았다고 세상에서 겪은 오만가지 생각이 다 섞여 있습니다.
Memory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주는데 형보다 자전거가 더 무거운 것 같습니다. 형이 잘 잡아보라고 하는데 자꾸만 넘어집니다. 자꾸 내가 타고 싶습니다. 형을 졸라 자전거 위에 올랐습니다. 뒤에서 형이 잡아주고 밀어주는데도 죽을 것 같은 마음과 신기함이 뒤섞여 큰 소리로 악을 씁니다. 앞을 봐야 하는데 하늘을 봅니다. 그리고는 철퍼덕! 형과 함께 운동장에 드러누웠습니다. 형이 자랑스럽게 보입니다. 너무너무 재미있었던 하루. 그땐 지금보다 하늘이 더 푸르고 더 높았습니다.
Remind
그땐 정말 그랬습니다.
그 소리가 들립니다.
추억처럼 지금 그때 그 아이들이 가슴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