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기억
이천 년 어느 쌀쌀한 밤에서 새벽
초저녁 양주
이혼한 경찰관이 생활을 비관
초등학교 다니는 큰딸과 둘째 아들에게
약을 탄 주황색 환타와
초코파이를 먹이고 먹었다
까만 현장 까만 차
뒷자리엔 먹다 남은
음료와 과자들
그림자와 뒹굴고 있다
1미터 옆 토사물 봄과 동시에
큰아이 살아났다는 이야기 들었다
그날 새벽 인천 빌라
한 사내가 아내와 고등학생 딸
중학생 아들을 지우고 도망쳤다
방과 거실 화장실 곳곳은
조각난 까만 그림자
도박에 빠져있던 남자
전 재산 담긴 통장과 나가려다
막아선 아내와 다툼 끝 저질렀다
먹다만 땅콩과 맥주병 그림자와 뒹굴고
딸아이 책상 위 모의고사 시험지
그려지다 멈춘 빨간 동그라미
까만 동굴 빠져나오며
딸이 살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독하게 까만 밤
까만 시간 속에서
두 아이가 살았다
다가올 까만 시간을 생각하니
머릿속 캄캄해졌고
문신이 되었다
7년 지난 지금
문신의 따가운 기억과
그림자가 만져진다
그때마다 깜깜해진다
한 밤이 된다
한 아비의 손에 들린 환타
한 아비의 손에 들린 쇳조각
어딘가를 지나
살아 돌아온 두 사람의
까만 기억은
얼마나 까만 시간을
흘릴까 삼킬까
아, 까만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