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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hind you May 22. 2019

까만 기억

까만 기억



이천 년 어느 쌀쌀한 밤에서 새벽


초저녁 양주

이혼한 경찰관이 생활을 비관

초등학교 다니는 큰딸과 둘째 아들에게 

약을 탄 주황색 환타와 

초코파이를 먹이고 먹었다


까만 현장 까만 차 

뒷자리엔 먹다 남은 

음료와 과자들 

그림자와 뒹굴고 있다 

1미터 옆 토사물 봄과 동시에 

큰아이 살아났다는 이야기 들었다


그날 새벽 인천 빌라

한 사내가 아내와 고등학생 딸

중학생 아들을 지우고 도망쳤다

방과 거실 화장실 곳곳은 

조각난 까만 그림자


도박에 빠져있던 남자

전 재산 담긴 통장과 나가려다 

막아선 아내와 다툼 끝 저질렀다

먹다만 땅콩과 맥주병 그림자와 뒹굴고

딸아이 책상 위 모의고사 시험지

그려지다 멈춘 빨간 동그라미 


까만 동굴 빠져나오며

딸이 살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독하게 까만 밤

까만 시간 속에서

두 아이가 살았다


다가올 까만 시간을 생각하니 

머릿속 캄캄해졌고 

문신이 되었다


7년 지난 지금

문신의 따가운 기억과

그림자가 만져진다


그때마다 깜깜해진다

한 밤이 된다


한 아비의 손에 들린 환타

한 아비의 손에 들린 쇳조각


어딘가를 지나 

살아 돌아온 두 사람의

까만 기억은

얼마나 까만 시간을

흘릴까 삼킬까


아, 까만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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