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직업이나 그렇지만 저마다 풍운의 꿈을 품고 언론계에 입성한다.
언론 준비생들이나 일부 기자들은 ‘언론 고시’라고 부르지만, 고시 공부를 해야 할 정도로 공부량이 많은 건 아니다. 입사 시험을 위해선 오히려 상상력이 풍부해야 한다. 암튼 나는 ‘언시’라고 부르는 걸 싫어한다.
기자는 불안한 직업이다. 일단 생명이 길지 않다.
언론사에 입사한 후 몇 일이 지나지 않아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끊임없이 엄습해오는 불안감.
내가 가장 크게 느꼈던 불안감은 회사에서 첫 인사를 낸 후였다. 소위 라인을 타는 언론계의 특성상 누가 새 최고경영자(CEO)가 됐느냐, 혹은 편집국장이 됐느냐에 따라 언론사에는 한바탕 피바람이 분다.
특히 새 편집국장이 들어서면 회사 분위기는 판이하게 바뀐다. 기자 사회는 검찰 조직과 비슷하게 기수 문화가 공고히 자리 잡고 있다. 새 검찰총장이 자기보다 기수가 낮으면 선배들이 옷을 벗고 변호사를 개업하는 것처럼, 기자 역시 기수가 낮은 사람이 편집국장이 되면 그 위 기수들은 사표를 쓰고 나가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그간 주목을 받지 못했던 부장(데스크)들이 화려하게 메인 부서의 부장으로 귀환하는 경우도 있고, 소위 잘 나갔던 부장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어제까지 부장으로 모셨던 사람들이 하루 만에 이십년 넘게 다녔던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저게 내 미래의 모습이구나’하는 불안감에 빠진다. 나이차는 20년 가까이 나지만 기자로서의 삶이란 것이 어느 정도 궤적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눈높이를 조금 낮춰 매체 사이즈가 작은 언론사에 데스크로 가는 분들도 있다. 가뭄에 콩 나듯이 대기업 홍보팀 임원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기자란 공격수에서 수비수(홍보팀)으로 포지션이 바뀌어 정체성에 어려움을 겪는 선배들도 적지 않다. 물론 잘 적응해서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다니는 선배들도 있을 것이다.
기자들이 겪는 이 같은 불안감에 대해 누군가가 “야 임마, 어느 회사나 어느 직업이나 다 그래. 불안하지 않은 업종이 어딨냐”라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안 힘든 분야가 없다는 것도 안다.
중요한 것은 기자로 살면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준비된 모습을 갖춰야 한다는 것일 터. 나 스스로도 잘 못 지키고 있지만, 인생 2모작을 위해,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