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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박 Jul 09. 2024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나라

LA 비버리힐즈와 맥아더공원

미국에 온지 이제 겨우 2주째라 아직 나는 면허증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워낙 활동적으로 움직였던 나는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자 좀이 쑤셨다. 물 한잔도 마시지 않고 곧장 비버리힐즈로 향했다. 기왕 LA에 왔는데 LA의 유명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비버리힐즈에 가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침 비버리힐즈는 집에서 가깝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고 비버리힐즈 공원에 가면서 느낀 점은 미국은 블록별로 신호등이 너무 많아서 자전거를 타기에는 그리 적합한 동네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고 가는 게 힘들긴 해도 타고 나면 엄청난 희열이 느껴지던 한강 고수부지 라이딩이 그리운 하루였다. 암튼 우여곡절 끝에 35분 정도 만에 비버리힐즈에 방문했다.

많은 사람들이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비버리힐즈의 상징인 공원에서 사진을 찍었다. 물론 나도 인증샷을 찍었다. 나중에 가족들과 다시 방문하긴 하겠지만, 우선적으로 내가 가보고 싶던 곳을 방문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근처 카페에서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으로 카페모카를 한잔 주문했다. 내가 생각했던 맛과 다른 그저 코코아에 우유를 탄 맛이었다. 이게 1만원이라니...하지만 카페 분위기는 좋았기 때문에 크게 불만은 없다.

점심을 먹고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지인과 홈디포를 방문하기로 했다. TV 안테나와 아이스박스(쿨러)를 사야했기 때문이다. 홈디포는 그동안 내가 한국에서 알았던 규모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곳에 있는 재료 만으로 집 한 채는 거뜬히 지을 수 있다"는 지인의 말이 현실처럼 느껴졌다. 눈으로 직접 보고나니 한 채보다 많은 여러 채를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목재로된 집에 한해서다.

지인과 나는 차를 타고 맥아더공원에 방문했다. 지도 상으로는 고양시나 광교, 세종 호수공원처럼 보였지만 현실은 달랐다. 곳곳에서 쓰레기와 오물로 악취를 풍겼고 마약에 취한 노숙자들, 허공에 대고 혼자 누군가와 대화하는 사람들, 누워서 잠을 자는 노숙자들로 가득했다. 한 백인은 오랜 마약 중독 때문인지 욕창이 생긴채 돌아다니기도 했다. 공원을 반바퀴 정도 돌고 마침내 맥아더 동상을 마주했다. 동상은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작았다. 실물 크기에 가까웠달까. 바로 앞에는 무궁화가 심어져 있었다.

LA 맥아더공원에 누워 있는 노숙자.

물론 비버리힐즈 공원에도 노숙자는 2명 안팎으로 보였다. 내가 근무하는 한인타운 인근에도 노숙자들은 많다. 집 근처에도 있다. 하지만 맥아더공원의 실상은 정말 심각했다. LA 내 노숙자가 4~5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높은 집값도 이들에게 영향을 미쳤겠지만, 마약에 손을 대는 게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영자 기사와 유튜브 댓글 등을 찾아보면 당국이나 공무원들은 "이들에게 Shelter를 제공해도 이들은 마약 재활 등 통제를 받기 싫어하기 때문에 다들 뛰쳐 나옵니다. 이게 가장 큰 원인입니다"라고 설명한다. 마약으로 인해 이들의 중추신경은 파괴됐고 더 큰 자극을 위해 계속해서 마약을 하는 것이다. 당장 오늘 출근했는데 한 중년 백인 남성은 중추신경이 마비돼 허리를 펴지 못한 채 걸었다. 동작이나 얼굴 표정이 마약에 취한 게 분명했다.


국민학교 시절 공상과학 영화를 보면 진짜 부자들은 security가 잘 돼 있는 공간에 모여 살고 나머지들은 맨홀 밑 지하세계에서 살고 쥐를 잡아 먹거나 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때 그렸던 미래가 2020년대 2030년대, 바로 지금이다. 이미 세상은 그렇게 바뀌고 있다. 우리 아파트 단지만 해도 경비원들이 24시간 차를 타고 경비를 돈다. 밤에는 아파트 단지 밖에서 911가 출동하는 소리가 계속해서 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오후 2시57분에도 창문 밖에서는 911 사이렌 소리가 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과 거주지역의 주택 가격, 렌트비는 치솟을 수밖에 없다. 그러지 못한 곳은 공실로 허덕인다. 현재 LA 내 공실인 여러 건물이 노숙자들로 인해 점거 당했다고 한다. 한 한인은 "노숙자들이 늘어나면서 LA 내 화재가 많이 늘었어요"라고 말했다.


누군가 미국은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표현한 것을 본적이 있다.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너무 너무 간단하게 생각하면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Shelter를 지어주고, 재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하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이상에 불과하다. 세상만사는 '1 더하기 1는 2'와 같이 딱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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