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일 독립기념일을 맞이해 말리부에 위치한 한 해변에 방문했다.
곳곳에 그릴과 테이블, 벤치가 마련돼 있었다. 오후 2시30분경 방문한 해변은 이미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공원을 관리하는 레인저들은 갓길에 주차돼 있는 자동차들을 관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NO PAKING AREA'에 주차한 자동차의 앞 창문에는 70달러 짜리 벌금이 붙어 있었다.
말리부 해변의 하늘은 바베큐가 만들어낸 연기로 가득했다. 지인의 가족과 우리도 텐트를 치고 돗자리를 깔고 고기를 구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가 사온 숯(Charcoal)에 도무지 불이 붙지 않았다. 짐을 정리하고 돌아갈 준비를 하던 마음씨 좋은 한 한국인 중년 남성은 "기름 먹인 charcoal인가요? 토치는 가져 오셨죠?"라고 우리에게 물었다. 우리는 우리가 산 숯이 기름을 먹인 숯인지 아닌지도 몰랐다. 물론 토치도 없었고 장갑도 가져오지 않았다. 말리부 해변에서 바베큐 파티를 할 것이라는 것에 들떠 제대로 된 도구를 준비해 오지 않은 것이다.
한국인 남성은 기름을 먹인 숯을 직접 우리의 그릴에 부으며 "다음부터는 기름 먹인 charcoal을 쓰세요"라고 말했다. 물론 토치로 불도 붙여 주셨다. 그분은 우리에게 장갑도 가져다 주셨고 고기를 찍어 먹을 양념 한 통도 공짜로 주셨다. 우리 가족에게는 그야말로 은인과 같은 존재였다. 한 백인 여성은 "너네 어떻게 불 붙인 거야? 혹시 토치 갖고 있어?"라고 우리에게 물어봤다. 그들도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
그 분 덕분에 숯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고 우리는 돼지고기로 시작해 소고기로 마무리를 했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는 풍미를 자랑했다. 그야말로 입에서 살살 녹았다.
고기로 배를 채운 후 우리는 튀김우동 라면을 먹었다. 그 이후에 텐트에 누워 태평양 해변을 바라봤다. 내가 말로만 듣던 말리부 해변에 누워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광경을 직접 목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점점 지나 해가 저물어 가니 여기저기 사람들이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여러 사람들이 자신들의 남은 숯을 우리에게 가져다 주기 시작했다.
반팔만 입고 간 나는 너무 추워서 타월을 뒤집어 썼다. 그래도 너무 추웠다. 우리는 그릴로는 안 될 것 같아서 캠프파이어 자리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다행히 한 유럽인 가족들이 떠나며 우리에게 자리를 내줬고 우리는 여기 저기 다니며 장작과 숯을 추가로 모았다. 완전하게 해가 진 후에 신라면을 끓여 먹었다.
말리부에서 바베큐 파티를 하면서 느낀 점은 '이 나라는 바베큐에 진심이구나'하는 것이다. 특히 휴일이면 바베큐 파티는 절대로 빠지지 않는 이벤트라고 한다. 현재 내가 사는 아파트의 공터에서도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바베큐 파티를 한다. 집 앞에 있는 공원에도 바베큐 파티를 할 수 있는 그릴이 마련돼 있었다.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기념해 가장 많이 나온 기사 중 하나도 다름 아닌 '바베큐 물가'다. 바베큐에 쓰이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등 각종 고기류의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코로나19가 정점을 이뤄 물가가 폭등하던 2022년 대비 얼마나 올랐는지 비교하는 기사가 주류를 이룬다.
몰랐던 사실인데, 미국인들은 집에 마당이 있기 때문에 얼마나 크고 좋은 그릴이 있는지로 부심을 부린다고 한다. 마치 한국 사람들이 1000만원대를 호가하는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에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이라면 1~2번 쓰고 애물단지가 될 수 있겠지만 미국처럼 마당에 산다면 주기적으로 그릴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리부 해변가에도 각기 모양이 다른 바베큐 그릴 기계를 가져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바베큐의 나라에 온 만큼 앞으로 바베큐 파티를 통해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