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의 나라에 온 걸 환영합니다
미국에 도착한지 이제 일주일째니 운전면허증과 차가 없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소셜 넘버 신청이나 간단한 관광을 위해서는 이동이 필요했기 때문에 우버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지하철 등 일반 대중교통은 너무 위험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각종 뉴스에서 지하철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 등 을 봤던터라 더욱 그랬다.
가족들과 우버를 이용해 소셜 넘버를 신청하기 위해 할리우드쪽으로 이동했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우버를 잡기 위해 앱을 켰는데 운전사에 대해 평가하고 얼마의 팁을 줄 것이냐는 화면이 떴다. 금액은 1달러, 3달러, 5달러로 나뉘어 있었다. 나는 순간 1달러를 눌렀다. 그러면서 약간의 guilty가 느껴졌다. guilty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내가 만일 3달러나 5달러를 줬다면 guilty가 아니라 satisfaction이 느껴졌을 것이다.
한국인인 나로서는 팁 문화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측면이 있다. 한국에서는 특정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요금을 지급한다. 요금은 재화, 서비스 공급자가 정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 하는 것이 바로 인건비다. 한국인인 내 시각에 봤을 때 우버 요금에는 이미 우버 운전사에 대한 인건비가 포함돼 있다.
그런데 '추가로 인건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국 택시 운전기사 분들과는 세상 돌아가는 얘기라도 할 수 있지, 우버 운전사는 외국인 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뚱한 표정으로 운전만 할뿐이다.
물론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로마에 오면 로마의 법을 따르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에도 미친 물가에다 최근 급등한 환율을 버티며 타지 생활을 해야 하는데 팁이라는 생경한 문화까지 마주하려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닌 것 같다. 이번 주에만 우버를 3번이나 이용했다. 힘들다 힘들어.
팁 포함 1만원짜리 커피를 마셔보니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안에는 카페가 있다. 유학 시절 이 아파트 단지에 살았던 지인들에게 이 카페에 대해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가격이 비쌀 거라곤 예상을 했지만 커피를 한번 마셔보고 싶었다. 나는 카페모카 아이스를 주문했다. 가격은 6달러였다. 종업원은 계산대에 있는 패드에 팁 화면을 띄워 놓고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팁 옵션은 10%부터 15%, 18%, 20%까지 다양했다. 나는 주저 없이 10%를 눌렀다. 6.60달러. 한화로 약 9200원짜리 커피를 마신 것이다. 한국에서 아무리 비싼 브런치 카페에 가도 커피가 8000원을 넘는 경우는 드물다. 맛을 떠나서 다음에는 이 커피숍을 방문하지 않을 것 같다. 한국에서 가져온 믹스 커피로 2년을 버텨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