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기사는 전부 가짜 뉴스(fake news)다"라고 트위터를 날린 기사에 댓글이 붙었다. 기레기들은 자신들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가짜 뉴스를 살포한다는 것이다.
이는 언론과 정부부처의 생리를 모르고 하는 얘기다. 대중들이 들으면 경천동지할 만한 내용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고위 공무원이다. 고위 공무원의 이름을 공개하면 그 취재원과 기자의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까. 힘들게 고시를 패스해 2급 이상 고위공무원의 지위에 올라간 사람이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고 기자에게 파급력이 엄청난
기사의 소스를 제공해 불이익을 받고 싶어할까. 기자는 해당 취재원을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익명의 소식통이나 고위 공무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또 익명의 소식통이나 한 고위공무원은...이라고 해도 그 업무를 하는 사람은 거의 정해져 있다. 부처 내부와 청와대에서는 그 사람이 누군지 금세 파악할 수 있다. 소위 업자끼리는 누구가 누군지 대충 파악을 한다는 얘기다.
아무리 기자들이 소설을 쓴다고 비판을 하더라도 가공의 취재원을 만들기까지 한다고 오해하지는 말아달라. 이미 '익명의 소식통은'이라는 문구가 붙은 기사는 신문 기사에서 1면에 실릴 정도의 중요성을 가진 기사다. 그런 기사를 취재를 1도 하지 않고 가공의 인물을 창조해 회사의 얼굴인 1면에 실을 정도의 간이 큰 기자는 없다.
특히 1면에 실리는 기사는 각 데스크와 국장이 심혈을 기울여서 팩트 체크를 하고 데스킹을 본다. 그날 회사가 창조해낸 최상의 상품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들었으니 맛있게 드세요"라고 해야 할 요리를 원산지도 제대로 붙어있지 않은 출처불명의 식재료를 적절히 섞어서 맛있는 메뉴라고 속이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에 가짜뉴스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일반 대중들에게 언론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겨 자신을 비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는 실업률이 사상 최고이고 지지율이 올라갔다는 기사는 링크를 걸어서 트위터에 자랑을 한다. 설사 그가 싫어하는 언론사에서 그런 기사를 썼을 때도 그는 트위터에 그 기사를 인용한다.
만일 이 식당에서 상하고 썩은 음식을 판매한다고 알려지면 그 식당에 갈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어느 음식이 상하고 썩었는지 눈으로는 알길이 없다. 하지만 그 음식 중에는 분명히 상한 음식이 들어 있다. 한번 가짜뉴스라고 딱지를 붙인 언론사가 자신에게 유리한 통계를 인용해 기사를 썼을 때는 적극적으로 인용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본다.
나는 내가 취재하는 섹터에서 가짜뉴스를 접해보지 못했다. 가짜뉴스는 가짜뉴스의 바다에 빠져 있는 사람들만 보는 것이다. 그런 출처가 불분명한 기사는 보지 않으면 된다. 이는 본인 스스로가 다양한 언론을 보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야만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