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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래끼에는 반대편 손가락을 묶어

친구의 민간요법

by 소담

이번에도 다래끼인 줄 알았다.

몇 달 전 다래끼를 앓았을 때와 비슷한 증상이었기에.

미국 살이 최대의 난점, 이만한 눈병에도 병원 예약을 해야하고, 예약을 하면 어차피 나을 때쯤 의사를 보게 된다. 어차피 그렇게 될 거, 그냥 참다가 넘겨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눈이 뜨겁고, 눈물이 나고, 눈에서 맥박이 뛰는 것 같은 증상이 더해갔다.


마침 친구가 안부문자를 보내왔다. 다래끼, 그게 뭐라고, 한국에서처럼 빠르게 처치를 못하는 답답함에 불만을 늘어놓았다.

뜻밖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친구.

"다래끼가 난 눈 반대쪽 손 가운데 손가락에 실을 묶어 놔"

친구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도 뜻밖이었는데, 해결책 자체가 더 뜻밖이다.

뭔가 해괴하지만, 일단 시도는 해보자.

실로 손가락을 묶는 것이 막상 하려니 어렵다. 낑낑대다가 꾹꾹 눌러 담고 안 하려던 질문이 끝내 튀어나왔다.

"이게 진짜 효과가 있어?"

대답과 협박 사이 어딘가에 있는 듯한 답이 왔다.

"낫는다고 믿어야 낫지. 불신지옥인거야"


그냥 민간요법이 아니고, 무려 한의원에서 처방받은 방법이라고 한다. 대학병원을 다녀도 낫지 않던 다래끼를 이 방법으로 해결한 후, 친구의 가족들은 이렇게 실 한줄로 다래끼를 퇴치해 왔다고 한다. 다래끼가 난 초기에 해주면 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나는 점점 귀가 커지며 펄럭였다. 앞으로는 미국에서 다래끼가 나도 걱정이 없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소중하게 실을 묶어 두고 자고 일어났으나, 상태는 전날밤보다 훨씬 심해져 있었다. 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이 정도면 응급이라는 마음으로 한 번도 안 가본 urgent care로 달려갔다.

다래끼가 아니었다. 양쪽 눈 다 감염이란다.

처방받은 항생제 안약이 즉각적인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이제 나으리라.


집에 돌아와 아직 풀지 못했던 손가락 실을 내려다 보니 피식 웃음이 난다.

묶여 있는 그 실에 감정이 생긴다.

친구의 집안에 내려오는 귀한 고급비법 - 만약에 다래끼였다면 나는 분명 말끔히 나았을 것이다.

다래끼가 아니었으니 손가락 실은 번짓수가 안맞았을 뿐이다.

다음에 또 다래끼가 난 듯하면, 얼른 다시 반대편 손가락에 실을 묶어보겠다.


다래끼가 날 때마다 이제 그 친구와 손가락 실이 생각날 것이다.

다래끼는 싫지만, 나는 그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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