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짜리 아기 강아지가 온 지 벌써 한 달이 넘게 지났다.
강아지의 이름은 소바. 그 모밀국수 소바이다.
석 달 전, 남편이 한 강아지 분양 사이트에서 태어난 지 5일째 되는 신생아 시추를 발견했다. 계속 업데이트되는 사진을 보러 그 사이트를 들락거리다 3주째 되는 날 이 아기 강아지를 만나러 갔다.
내 손바닥에 몸의 대부분을 올릴 수 있던 새끼 강아지.
눈을 뜬 건지 아닌 건지 살필 수도 없게 조그만 것이 갑자기 작은 혀로 내 손등을 할짝 핥았다. 순식간에 지나간 작고 따뜻한 감촉. 나에게 침을 발라 놓고 다시 평온하게 잠드는 걸 보며 나는 이 아이를 데려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접종이 끝날 때까지 5주를 더 기다리는 동안 이름을 '소바'로 지었다.
갈색 이마에 하얗게 앉아있는 귀여운 털이 꼭 모밀소바에 올라간 갈아놓은 무우 같아서였다.
그렇게 한 달 넘게 기다려 집에 데리고 온 첫날, 소바는 도착하자마자 미리 깔아놓은 배변 패드 위에 올라가 점잖게 폭포 같은 오줌을 누었다.
한 시간쯤 지나니 또 배변 패드 위에 올라가 세상에서 제일 귀여울 법한 작은 똥을 누었다.
벽을 따라 조심조심 걸어 다녔지만, 무언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아도 무심히 지나쳐갔다.
"무슨 두 달짜리 강아지가 이렇게 금욕적이야?" 남편의 말이었다.
그날 우리와 함께 소바를 목 빠지게 기다린 이웃 친구들이 방문했을 때도, 잘 배운 도련님처럼 수줍고 점잖게 그들을 맞이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첫날의 생존을 위한 위장술이었던 듯 하다.
둘째 날부터 엉망진창이 된 소바는, 카펫을 공략하며 배변하기 시작했다. 온 집안을 탐험하며 바닥에 떨어진 모든 것에 관심을 보이고, 점점 용감하게 떨어진 것들을 주워 먹었다.
무엇보다 새벽 한 시, 세시, 다섯 시경 맹렬하게 나를 깨웠다. 때마다 일어나 배변을 돌보고 물을 주고 놀아주다 다시 잠이 드니, 나는 하루 종일 피곤했다.
육아에 불면은 기본이라더니, 강아지 육아에도 불면이 따라올지는 몰랐다.
한 달 넘게 이렇게 우당탕탕 지내다 보니, 이제 나아진 것도 있고 파악된 것도 있다.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은 수면 패턴. 하룻밤 세 번 깨움이 이제 한두 번으로 정착되었다.
약 95프로 정도의 비율로 배변 패드를 잘 사용하고 있다.
샤워하는 것을 너무 싫어했었는데, 샤워를 목욕으로 바꾸었더니 꽤 잘 참는다. 세수하는 건 심지어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서로 탐색하며, 알아가며, 적응 중이다.
소바는 내가 같이 살아보는 네 번째 강아지이다. 그동안과 다른 것은 남편과 내가 꾸린 가정의 첫 번째 강아지, 온전히 내 책임, 내가 돌보는 첫 번째 강아지라는 것이다.
사료, 배변, 산책, 목욕, 병원, 놀이.
돌볼 것이 많기도 하다.
방학 직후 남편 없이 2주를 지내야 했는데, 조그만 녀석의 뒤를 쫓아다니다 보니 벌써 2주가 훌쩍 갔다. 배변만 하루 스무 번은 하는 것 같은데, 그 시중만 들어도 하루가 연기처럼 없어진다.
무언가를 맘먹고 돌보는 것에는 언제나 이렇게 품이 든다. 알고 있었지만, 이 조그만 것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내 생활의 부분을 가져가는 것이 조금 놀랍다.
그러나 참 좋다.
이 아이를 돌보는 것이 쉽지 않아 좋다.
쉽지 않은 이 과정이 나에게 무언가 훨씬 더 좋은 것을 가져다줄 것 같은 배짱같은 확신이 있다.
살면서 몇 번 못 가져 본, 틀릴 수가 없는 믿음이다.
잘해보자 아기 소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