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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어리석음에 대한 통렬한 고발

by 박카스

버트런드 러셀 - 『생각을 잃어버린 사회』: 7장 어리석음에 대한 통렬한 고발 : 인간은 왜 끊임없이 오류를 저지르는가




「7장 어리석음에 대한 통렬한 고발 : 인간은 왜 끊임없이 오류를 저지르는가」에서 러셀은 인간이 반복적으로 어리석은 오류를 저지르는 이유를 종교적 신념, 사회적 편견, 미신, 자만심 등 다양한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그는 역사 속 인물들과 제도, 관습, 사상들이 과학적 사실이나 이성보다는 맹신과 자만, 편견에 근거해 판단을 내리며, 그로 인해 불필요한 고통과 폭력이 초래되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피뢰침의 도입을 두고 신의 뜻을 거스른다고 비난하거나, 인종·성별에 따른 차별, 여성의 권리 부정, 종교적 죄 개념의 모순, 미신과 민속적 편견에 사로잡힌 사례들이 그것이다.


러셀은 특히 “모르면서 안다고 믿는 태도”가 가장 위험하다고 강조하며, 판단을 유보하고 직접 관찰하며 증거를 중시하는 태도가 어리석음을 피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의견일수록 합리적 근거가 없다는 무의식적 인식의 결과일 수 있으며, 의견 차이에 분노가 따라온다면 스스로를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결론적으로, 그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초인적인 지성이 아니라 단순한 겸손, 비판적 사고, 그리고 지혜이며, 시대를 불문하고 이는 여전히 유효한 삶의 태도라고 주장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피뢰침을 발명했을 때, 영국과 미국 성직자들은 이를 신의 뜻을 좌절시키려는 불경한 시도라고 비난했다. 조지 3세도 이들의 의견에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올바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번개는 하느님이 불경하거나 다른 중대한 죄를 벌하기 위해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P.141)


나는 때때로 스스로를 독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내뱉는 불경한 말에 충격을 받는다. 예를 들어, 목욕할 때 항상 목욕 가운을 입는 수녀들의 경우가 그렇다. 보는 사람이 없는데 왜 그러냐고 물으면 그들은 “오, 당신은 선하신 하느님이 계시다는 걸 잊고 있군요”라고 대답한다. 수녀들은 욕실 벽은 꿰뚫어 볼 수 있지만 목욕 가운은 꿰뚫어 볼 수 없는 하느님을 상상하는 것 같다. (P.143)


나는 죄가 되는 것들과 죄가 되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혼란을 느낀다. 동물학대 방지협회가 교황에게 지원을 요청했을 때, 그는 인간이 하등동물에 대해 어떠한 의무를 질 필요가 없고 동물을 학대하는 것은 죄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을 거절했다. 동물들은 영혼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고인이 된 아내의 여동생과 결혼하는 건 사악한 일이다. 적어도 교회는 그렇게 가르친다. 당신과 그녀가 얼마나 결혼하기를 원하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 결혼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불행 때문이 아니라, 성경의 특정한 구절 때문이다. (P.144~145)


시체가 신성하다는 믿음은 세계 곳곳에 퍼져 있다. 특히 이집트인들 사이에서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났으며, 미라를 만드는 관행으로 이어졌다. 이는 중국에서 여전히 존재한다. 서양 의학을 가르치기 위해 중국에 고용된 한 프랑스 외과의사는 해부를 위해 시신을 요구했을 때 공포에 떨던 중국인들이 그 대신 살아 있는 죄수들을 무제한 공급해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며 놀라워했다. 의사는 이 제안을 거절했는데, 중국 고용주들 입장에서는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P.147)


톨스토이와 간디는 노년 부부의 성관계는 물론이고 자녀를 갖기 위한 성관계도 사악하다고 규정했다. (...) 톨스토이는 담배가 성관계만큼이나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의 소설 가운데 한 남자는 살인을 하기 전에 먼저 담배를 피운다. 그러나 담배는 성경에서 금지되지 않았다. (...)


일정한 선에서 그쳐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교회와 오늘날의 여론 모두가 애무를 비난하지 않는 것은 기이한 일이다. (...) 어느 유명한 정통파 신학자는 악의만 없다면 수녀의 가슴을 만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 당국자들은 그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P.149~150)


죄의 개념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란 어렵다. 우리는 하느님의 명령에 대한 불복종으로 죄가 성립된다고 배우는 동시에 하느님이 전능하다고도 배운다. 만약 그렇다면 하느님의 뜻에 반하는 것은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없다. 따라서 죄인이 하느님의 명령을 어길 때 하느님은 이것이 일어나기를 의도했을 것이다. (P.150~151)


개인적이든 일반적이든 종교적 신념의 원천은 자만심이다. 심지어 죄의 개념도 자만심에서 파생된 것이다. (...) 하느님이 정말로 전능하다면 하느님은 왜 그렇게 길고 지루한 서곡 없이 영광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을까? (P.154~155)


18세기말까지 정신이상자는 악마가 씌웠기 때문이라는 이론이 존재했다. 환자가 겪는 고통은 악마들도 겪으므로 정신이상자를 치료하려면 환자에게 큰 고통을 주어 악마가 포기하게 나가게 만드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었다. 이 이론에 따라 정신이상자들은 잔인하게 구타당했다. (...) 마취제가 발명되었을 때 독실한 신앙인들은 이를 하느님의 뜻을 거부하려는 시도로 여겼다. 그러나 하느님이 아담의 갈비뼈를 추출할 때 그를 깊은 잠에 빠뜨렸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에 따라 남성은 마취제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여성은 이브의 저주 때문에 고통받아야 한다고 여겨졌다. 서구에서는 여성이 참정권을 획득하면서 이 교리가 잘못되었음이 입증되었지만, 일본에서는 오늘날까지도 어떤 통증 완화제도 마취제는 허용하지 않는다. (P.160)


생리학자들이 흑인의 피와 백인의 피 사이에 차이가 없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소용없다. 미국 적십자사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개입했을 때, 흑인의 피를 수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중의 편견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항의가 빗발치자 흑인 피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오직 흑인 환자들에게만 사용할 수 있었다. 독일에서도 수혈이 필요한 아리아족 군인들의 피가 유대인 피로 오염되지 않도록 주의 깊게 보호했다. (P.161)


우월한 인종이라는 개념은 단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과도한 자존심에서 생겨난 미신을 뿐이다. (,,,) 유럽에는 순수한 인종이 존재하지 않는다. 러시아인은 타타르 혈통에 섞여 있고, 독일인은 대부분 슬라브계이며, 프랑스인은 켈트인, 게리만인, 지중해 민족의 혼혈이다. 이탈리아인도 마찬가지인데, 로마인들이 수입한 노예 후손들의 혈통까지 더해졌다. 영국인들은 아마도 가장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는 민족일 것이다. 단일 민족에 이점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현재 존재하는 가장 순수한 단일 민족은 피그미족, 호텐토트족, 그리고 호주 원주민들이다. 더 순수한 단일 민족이었을 태즈매이니아인들은 멸종되었다. 그들은 찬란한 문화를 소유하지 않았다. 반면에 고대 그리스인들은 북방 이민족들과 토착민의 혈통이 섞여 있다. 가장 문명화되었던 아테네인들과 이오니아인들 또한 가장 혈통이 다양한 사람들이다. 인종적 순수성이 유익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전적으로 상상의 산물로 보인다. (P.163~164)


아이가 아버지의 ‘피’를 가졌다는 생각 역시 같은 미신에서 비롯되었다. 실제로는 아버지의 피가 아닌 어머니의 피가 아이에게 들어간다. 피가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면 모계 중심 사회가 혈통을 추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P.164)


미국에서는 저명한 유색인이 작고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칭송이 ‘그분은 백인이셨습니다’라는 말이다. 용감한 여성은 ‘남자 같은 분’이라는 말이다. (P.165)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격언이 특히 악랄하게 적용되는 한 가지 경우가 있다. 항상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교조적인 단정이 그것인데, 왜냐하면 우리가 전쟁이 필요로 한다고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P.169)


아리스토텔레스는 높은 명성에도 허튼소리를 많이 남겼다. 그는 바람이 북쪽에서 부는 겨울에 임신해야 하고, 너무 어릴 때 결혼하면 딸을 낳으며, 여성의 피가 남성의 피보다 더 검다고 말했다. (...) 여성은 남성보다 치아 개수가 적다는 말도 남겼다. 그럼에도 아리스토텔레스는 대다수의 철학자들이 둘도 없는 현자로 꼽는다. (P.176)


우리도 금요일과 13이라는 숫자에 대한 편견이 매우 강하다. 선원들은 금요일에 항해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많은 호텔에는 13층이 없다. 금요일과 13에 대한 미신은 현자들도 믿었지만, 이제는 그런 미신을 무해한 바보짓 정도로 여긴다. (P.177)


기원전 600년경에 살았던 중국 철학자 노자는 도로와 다리와 배를 ‘부자연스럽다’며 반대했고, 그런 인공물을 싫어해서 중국을 떠나 서쪽의 이민족들 사이에서 살았다. 문명의 진보는 도입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부자연스럽다고 비난받게 마련이다. (P.178)


나는 여성에 대한 모든 일반화를 불신한다. 호의적이든 비호의적이든, 남성의 관점이든 여성의 관점이든, 고대의 것이든 현대의 것이든 모두 마찬가지이다. 이 모든 것은 경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P.180)


인류가 저지르기 쉬운 다양한 어리석은 행동을 피하는 데 초인적인 천재성은 필요하지 않다. 몇 가지 간단한 규칙이 당신이 모든 실수는 아니지만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도와줄 것이다. 만약 관찰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면 직접 관찰해 보라.


아리스토텔레스는 부인에게 치아 개수를 셀 테니 입을 벌리고 있어 달라는 간단한 방법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치아 개수가 적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모르면서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빠지기 쉬운 치명적인 실수이다. (...)


만약 당신이 대부분의 인류처럼 많은 문제에서 열정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편견인지 아닌지 인식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만약 당신과 반대되는 의견에 화가 난다면 그것은 당신의 의견에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만약 누군가가 2+2=5라고 주장하거나 아이슬란드가 적도 위에 있다고 주장한다면, 당신은 화를 내기보다는 연민을 느낄 것이다. (...)


어떤 문제가 격렬한 논쟁으로 번지는 이유는 어느 쪽 의견에도 합리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박해는 산수가 아닌 신학에서 일어난다. 왜냐하면 산수에는 지식이 있지만, 신학에는 오직 의견만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견 차이로 화가 날 때마다 주의하라. 자세히 살펴보면 당신의 의견이 증거가 보증하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P.182~184)


플라톤은 자신의 책 『국가』에서 사람들이 내세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기 위해 이를 국가가 강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한 내세관이 진실이어서가 아니라 군인들이 전투에서 더 기꺼이 죽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P.188)


거대한 두려움에 갇힐 때면 거의 모든 사람이 미신에 메달린다. 구약성서에서 요나를 배 밖으로 던진 선원들은 요나가 배를 난파시킬 정도로 불어오는 폭풍의 원인이라고 상상했다. 비슷한 정신 상태에서 일본인들은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들과 자유자의자를 학살했다. (P.190)


나는 특히 1820년경 뉴욕주 북부에 있는 호수 옆에 살았던 한 예언자를 경애한다. 그녀는 수많은 추종자들에게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어느 날 아침 11시에 그렇게 하겠노라 발표했다. 정해진 시간에 수천 명의 신자들이 호수 옆에 모였다. 그녀는 그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제가 물 위를 걸을 수 있다고 확신하나요?” 신자들은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굳이 보여드릴 필요가 없겠네요.” 신자들은 매우 큰 가르침을 가슴에 담고 집으로 돌아갔다. (P.193)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세상의 그 많고 많은 온갖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것이고, 지적 쓰레기는 어느 시대에나 그렇듯 우리 시대에도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이 발견될 것이다.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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