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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억압과 착취에 맞선 약자들의 숨겨진 힘

by 박카스

버트런드 러셀 - 『생각을 잃어버린 사회』: 5장 억압과 착취에 맞선 약자들의 숨겨진 힘




「5장 억압과 착취에 맞선 약자들의 숨겨진 힘」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도덕적 우월성’이나 ‘순수함’의 강조는 종종 그들을 현실적 권리와 권력에서 배제하기 위한 미화된 수단일 뿐이며, 진정한 해방은 이러한 이상화의 허울을 벗겨내는 데서 시작된다는 점을 러셀은 강조한다.


러셀은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겉으로는 여성에 대한 존경을 표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권리를 제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강조한다. 러셀은 이러한 논리가 과거에는 쉽게 받아들여졌지만, 여성 참정권 운동 등의 사회적 변화로 인해 더 이상 정당화되기 어렵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그는 억압받는 자들을 도덕적으로 이상화하는 태도가 실제로는 불안정하고 일시적인 현상임을 강조한다. 이 이상화는 억압자들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거나 자신의 권력이 위협받을 때에만 나타난다. 예컨대 가난한 자, 여성, 식민지 민족 등에 대해 그들의 ‘덕성’이나 ‘순수성’을 강조하는 것은, 그들을 실제 권력의 영역에서 배제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 겉보기에는 존중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억압과 복종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끝으로 러셀은 일부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 지식인들이 노동자 계급, 즉 프롤레타리아트에 대해 다른 계층보다 특별한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도덕적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진정한 평등이나 정의를 위한 태도라기보다는 또 다른 형태의 이상화이자 왜곡일 수 있다고 본다.




인류의 오래된 망상 중 하나는 어떤 인종이 어떤 인종보다 도덕적으로 더 뛰어나거나 더 열등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 믿음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어느 것도 합리적 근거가 없다. (P.115)


얼마 전 내가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지지하는 연설을 한 적이 있다. 그 연설을 들은 한 영국 교사가 교사협회에서 발행한 소책자를 보내왔는데, 그들은 내 의견에 반대하며 흥미로운 논리를 내세웠다. “우리는 여성을 영적인 능력 면에서 기꺼이 첫 번째 자리에 놓는다. 우리는 여성을 ‘인간성의 천사 같은 부분’으로 인정하고 존경한다. 우리는 여성에게 인간의 모든 우아함과 세련됨의 가장 높은 자리를 부여한다. 우리는 여성이 매력적인 여성스러움을 유지하기 바란다.”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적은 임금에 만족해야 한다는 ‘이 호소’는 “이는 남성들의 이기적인 생각이 아니라 우리의 어머니, 아내, 자매, 딸에 대한 존경과 헌신에서 온 생각이다. 우리의 목적은 신성하며 진정한 영적 십자군이다.”

오륙십 년 전에는 소수의 페미니스트 말고는 그 누고도 이런 발언에 반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여성들이 선거권을 쟁취한 덕분에 이런 발언은 시대착오적으로 보인다. 여성의 ‘영적’ 우월성에 대한 믿음은 그들을 경제적, 정치적으로 열등하게 묶어놓으려는 의도였다. (P.118~119)


억압받는 자들에게 우월한 덕성을 부여하는 시기는 일시적이고 불안정하다. 이는 억압자들이 양심의 가책을 느낄 때에만 시작되며, 그들이 가진 권력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을 때에만 일어난다. 피해자를 이상화하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유용하다. 덕성이 가장 큰 선이고, 복종이 덕을 만든다면 권력을 거부하는 것은 친절한 행위이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 어렵다면 부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지키고 가난한 형제들을 위해 영생을 양보하는 것은 고귀한 행위이다. 여성들을 더러운 정치에서 배제하는 것은 남성들의 훌륭한 자기희생이다. (P.122)


많은 사회주의자와 공산주의 지식인들은 프롤레타리아트에게 다른 계급보다 더 애정을 가지는 척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P.12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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