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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익 Apr 01. 2022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최지웅, 부키)

기름은 언제나 핫이슈다. 대체 에너지가 각광받고 내연기관의 종말이 논의되는 시점이지만 석유는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있다. 더이상 석유는 유의미한 에너지가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자원이 아니라고들 한다. 환경을 오염시키고 유한성이 늘 논란이 되는 석유는 이제 별 볼일 없는 자원이 된것만 같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석유는 대부분 산업의 1차 원자재로서 기능하고 있고, 유가는 산업과 경제에 아직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동이슈는 단순히 종교적인 문제라고만 생각했다. 샤뮤엘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만이 중동의 복잡한 국제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해답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어찌 하나의 인과관계만으로 국제관계가 이루어 질 수 있겠는가. 여러가지 문제들이 그야말로 '복잡하게' 엮이고 엮여서 지금의 중동문제가 만들어 졌었다. 그 복잡한 원인중에 하나는 석유다. 이 책은 그 석유가 어떻게 중요한 원인이 됐는가를 이야기 해준다.


석유패권이라고 하면 응당 석유수출국기구(OPEC) 떠올리곤 한다. 공급카르텔 오펙. 오펙은 산유국을 중심으로  석유 카르텔이다. 경제학 교과서나 문제에서는 독과점 시장을 다루는 부분이 나온다. 그중 가장 좋은 예로 드는것이 오펙이다. 오펙은 산유국의 막강한 지위를 기초로 석유 공급량을 조절한다. 감산  증산에 대한 회원국의 합의를 통해  세계 석유 시장의 가격결정권자로서 막강한 지위를 행사한다. 석유를 중심으로  패권에서는 처음부터 현재까지 오펙의 지위만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석유를 중심으로 국제관계의 무게추는 조금씩 움직였고  과정에서 전쟁을 야기시키기도 했다.


책에서는 석유시대를 3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윈스턴 처질이 영국 함대의 동력을 석유로 바꾸기로 결심한 뒤 영국과 미국이 석유패권을 주도하는 1기, 산유국이 주도권을 가져오고 석유가 무기화되는 2기, 석유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안으로 본격적으로 들어오게 되는 3기. 결국 석유라는 자원을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조금씩 옮겨가다가 이제는 시장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국제유가 선물거래 가격지수 등을 이야기하는걸 보면 좀 더 이해가 쉬울 수도 있다. 사실 지금처럼 거래소에서 석유가격이 결정된건 몇년 되지 않은 제3기의 모습들이다.


석유가 아직은 중요한 에너지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석유의 역사는 우리가 생각했던 자원의 다툼 그 이상이 된다. 중동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 걸프전, 사담후세인, 그리고 9.11테러까지. 모든 상황들이 석유를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와 중동국가간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보유한 미국이 석유패권을 가져오기 위해서 얼마나 처절한 노력을 했는지는 어깨넘어 들었던 것 보다 훨씬 놀라웠다. 미국 외교전략에서 석유는 중요한 변수였다. 소련을 견제하고 세계 경제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석유생태계를 이끌어 가는건 매우 중요했다. 모르긴 몰라도 세계 메이저 석유회사를 지칭하는 세븐시스터즈에서 5개 회사가 미국계라는 건 미국이 석유주도권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역사와 시대라고 하더라도 기준으로 삼는 관점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역사는 재 해석되고 새롭게 보여진다. 인류의 역사를 가장 잘 다룬 책으로 평가받는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나 최근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 만큼이나 이 책은 신선한 시각을 선사해준다. 내가 석유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었을지도 모른다. 평소에 바라보지 못했던 역사를 새로운 현미경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이는 앞으로 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는 것이다.


책 말미에 마무리 부분이 조금 급하게 매조지된 느낌이 있지만, 저자의 편안하고 전달력 높은 표현이 인상적이기도 했다. 여러모로 참 재미있었고, 글쓴이의 역사를 엮어가는 통찰력에 감명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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