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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자의 썰 Nov 02. 2015

암스테르담 10월 야경

냄새, 물 길, 램브란트

                                                          

                                                               "냄새"


도시가  북쪽에 위치한 지라 밤이 일찍 찾아온다.  길거리 가게들에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노란색 빛이 은은하게 도시 전체에 번져간다.  또 한가지 퍼져가는 것이 있는데, 마리화나 냄새이다.  처음 암스테르담에 왔을 때에는 그 냄새가 많이 부대끼기도 했는데 며칠 지나면 그나마 익숙해져간다.  미국에서도 가끔 마리화나 냄새를 맡을 때가 있는데, 합법화된 이 곳의 그 냄새는 많이 순하고, 제한된 구역에서만 (Coffeehouse) 흡연이 가능하나 ..  어딜가도 그 마리화나를 피울수 있는 Coffeehouse가 정말 커피를 파는 까페보다 많이 깔려있는지라 도시 전체가 그 냄새다.  그들 옆에서 하는 이야기를 가만히 옆들으면 네들란드 현지인보다는 주변 유럽사람들이나 미국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이곳에 와서 자유를 누리고 싶은 모양이다..        자유가 만연한 이곳이 마리화나 하나로 대표되는 것 같아 약간은 안타깝다.  이곳을 사탄의 도시라 칭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 느낌은 ..   이곳 사람들은 인간의 이성과 자유를 일찌기 성취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조금도 양보할 기미가 없다.  사람 사는데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거기에 관심이 훨씬 많다.  불필요한 억압에서 일찍 벗어난 그들에게는 마리화나에 그리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홍등가도 마찬가지. 그냥 중요한 것을 찾기 위한 한 부분일뿐이고 그것을 잘 모르는 이방인들이 요란함이 넘친다.  


여기가 Coffeehouse 다.  너무나 예쁜 카페처럼 생겼다.




                                                        "예쁜 물 길"


도시안으로 물이 들어와 있으면 아름답다.  서울의 청계천이나 파리의 쎄느강하고는 너무나 틀린 분위기이다. 도시 어딜가나 운하가 들어와 있지 않는 곳이 없다.  운하 사이 사이로 땅이 만들어진 곳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 운하를 따라 유유히 다니는 작은 배들,  운하 주위로 노란 수은등 색깔의 조명이 하늘과 물 위에서 밤새 도시를 가득 매운다.  청계천처럼 그 개천가에 나와서 '화려한' 산책을 하거나, 쎄느강가처럼 친구나 연인들이 나와 앉아  와인잔을 기울이는 분위기는 아니다.  암스테르담 운하는 그들에게는 그냥 길처럼 보인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마트에 장보러 가는 길 같다. 그런 길에서 밤에 로맨틱한 산책을 즐기거나 한잔콜..을 하지는 않겠지.  그런데 나같은 이방인에게는 그 길들이 너무 예쁘다.  밤새 북적이는 도심한복판을 제외하면 늘 고즈넉하고 평화스럽고, 저기 어디선가 고호가 비틀거리며 튀어나올 것만 같은 밤풍경이다.  여기 사람들은 그렇게 예쁜 도시에 살아가는 것을 알까?  스위스의 산처럼, 생존을 위해 개척한 자연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었다.   예쁜 곳에서 예술이 나오는 법이다.  언젠가 물 길 옆에 이젤 하나 차려놓고 내가 그려내는 그들의 모습을 한번 보여줘 봤으면 ..  




                                                          "램브란트"


많은 이들에게 암스텔담은 고호의 도시다.  나도 그랬다.  Rijks Museum 을 다녀온 후로 나에게 암스텔담은 "램브란트"의 도시가 되었다.  그래도 제법 램브란트의 그림을 많이 봤다고 자부한 나였지만.. 그의 대작들이 즐비하게 전시된 릭스박물관에서의 충격은 컸다.  암스텔담은 고호를 보기 위해 오기 보다는 램브란트를 만나러 와야 한다.  그가 없었다면 후기인상파가 가능했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빛을 가지고 놀던 천재화가가 분명했다. 사업 몇 번 말아먹고 난 뒤 돈에 쪼달려 그린 그림들이 그를 더 발전시켰으리라. (역시 예술가는 배가 고파야 일을 한다.)  세잔을 가장 존경했던 난 이젠 램브란트를 같은 선에 올려놓는다.  형님 ..  으로 모시기로 했다.  

  

... 직접 가서 봐야 한다..





유럽을 다니면 보통 공통되는 점을 많이 발견한다.  어디를 가던지.  아마 오래전 모두가 로마교황의 지배가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던지.. 나폴레옹의 영향?..  강력한 왕정정치나 귀족들의 발자취..?   암스텔담은 그런 것에서부터 많이 떨어져있다.  


독톡하게 중산층의 발달이 만들어낸 좀 더 많은 보통사람들을 위한 나라.. 같은 느낌.  궁중문화에서 기여한 고전음악이 좀 떨어진 대신 보통사람들의 끼를 미술로 펼치기가 쉬웠던 뛰어난 나라.  그래서인지 인권이나 자유가 특출한 나라이다.  파리가 비교할 만 하나 거기는 왕권에 반발하여 끊임없이 '쟁취' 해 낸 민중봉기의 댓가였다.  암스텔담은 처음부터 중산층이 갑이 되어 지켜온 자유와 인권이 이 나라의 역사이다.  전혀 다른 색깔이다.  어찌보면 좀 독일처럼 딱딱하고 무뚝뚝하게 보일지 모르나 감히 함부로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견고함이 존재한다.   나더러 파리와 암스텔담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난 파리쪽이지만 암스텔담에 대한 존경을 그치지 않는다.  헤세의 소설, 지와 사랑이랑 비교하쟈면 .. 서로 사랑한 골트문트는 파리과요 나르찌스는 암스텔담이라..  ㅍㅎㅎㅎ(억지춘향이다.)



자연과 문화가 넘치게 풍부하지만 독특하게 (무엇이 중한지를 알고 거기에 촛점을 맞추는) 중심을 잡고 있는, 그래서 내가 사랑에 빠진 암스텔담.  램브란트 형님의 나라.  튜울립 필 때 다시 한번 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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