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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자의 썰 Feb 17. 2019

아줌마 둘

Stephanie and Michelle

오늘은 좀 힘든 이야기이다.  나랑 나이가 비슷한 연배의 아줌마가 둘 있다.  비슷한 시기에 오피스를 찾아와  이미 오랫동안 환자로서의 인연을 이어가는 분들이다.  물론 둘은 서로 모르는 사이이지만 나이를 제외하고도 그들에게는 큰 공통점이 있다. 


어느 날 한 동양계 아주머니가 치료를 받으러 왔는데 차트를 보니 완전 미국 여자 이름인데 (Stephanie R.)  얼굴을 보니 동양계이다.  대부분은 그 얼굴도 그렇고 몇 마디 말을 나누다 보면 어느 쪽 분들인지 금방 파악이 된다.  그런데 이 분은 참 아리송했다.  나는 진료방에서 그런 것을 잘 물어보지 않는지라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중국? 일본? 태국? 아님 미국 인디언?  말에는 억양이 전혀 없었고 출신을 알 수 있는 힌트라고는 전무했다. 몇 달을 만나다 보니 이 아주머니가 자연스럽게 내게 묻는다. "Do you know where I am from?"  자기가 보기에 내가 분명 자신의 출신을 궁금해하는데 도무지 묻지를 않으니 먼저 대답을 하는 것 같았다.   "I was adopted very young from Korea."...  아뿔싸, 한국사람이었구나.  어려서 이곳으로 입양을 와서 미국 양부모 밑에서 자랐다.  내가 도무지 알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게 속 시원한 소통을 한 후는 이 아주머니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는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그 양부모는 좋으신 분이었다 한다.  학교생활, 틴에이지를 지나며 그 정체성으로 많이 힘들었다 한다. 그래도 충분한 교육도 받고 지금은 개인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안정된 생활을 하는데 이렇게 한국사람이랑 이야기를 오래 나눈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문제가 있어 치과에 자주 오는 것은 권장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자주 와서 이야기 나누자고 항상 인사하곤 했다.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새로운 환자가 왔는데 상황이 비슷했다.  그런데 이 분은 더더욱 출신이 짐작이 되지 않는 분이었다.  필리핀 아님 미국 인디언이라고 찍었는데, 이 분도 아주 어릴 때 미국으로 입양을 오신 한국분이었다. 이름이 Michelle C. 였다. 그런데 이분은 그 생활이 많이 달랐다.  입양을 한 양부모는 어린 이 친구를 학대했고, 이미 틴에이지 때 집을 가출해 여기저기를 떠돌다 지금 이곳에 정착을 했다.  그리고 지금도 경제적으로 아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동안의 고생이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녀도 같은 말을 했다.  자기가 한국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고 자기 이야기를 이렇게 오랫동안 해 본 적이 없다고. 


내 맘에서는 앞에서 소개한 그 아주머니와 너무 뚜렷한 비교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곤 참 마음이 아팠다. 동년배의 친구들이 이렇게 다른 삶을 살고 있었고, 벌써 오래전에 내가 일하고 있는 이 동네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힘든 시간들이 지나고 있었다는 것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뭔가 말로 할 수 없는 쨘한 감정이 오래갔다.  내가 뭔가 해 주고 싶고 또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그렇다고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감정이 교차했다.  다만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위로하고 하면... 같은 한국사람으로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이 동네에 한 명 있다는 것?  덮붙혀 그들이 치아건강을 위해 내가 좀 더 신경 써줄 수 있다는 것?  



동양 아이들을 입양해서 오피스로 데리고 오는 미국분들 가정이 종종 있다. 몇 년 전에는 중국계 여자 아이 두 명을 입양해 기르는 미국 아주머니가 나에게 그 딸들에게 멘토 역할을 해 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었다.  이제는 그 아이들이 틴에이저가 되어서 어디 멀리 봉사활동을 가느라 Fund Raising을 하면 항상 날 제일 먼저 찾아오고, 난 생각하는 것보다 두배로 후원금을 보낸다.  주위 한인교회에서 가끔 한국 입양아들을 위한 모임 소식이 가끔 들려오나 단발의 이벤트가 대부분이다. 어떤 상황이건 간에 입양 온 아이를 보면 마음이 아주 짠하다.  요즘은 그들을 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지만 앞에서 소개한 Stephanie 랑 Michelle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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