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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종 종Mu Oct 30. 2021

집 밖에

네잎클로버를 팔아요

#.

다행이다.

해가 뜨는 시월의 반절.

이렇게 가을햇살이 남아 있는 줄 모르고, 나는 그날따라 마음이 급했다.

방한용 뽁뽁이를 사러 상가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츳! 그런 아이디어상품이 있다는 걸 나만 몰랐네.


아는 사람 집에 갔다가, 베란다 창에 뽁뽁이가 붙여져 있는 걸 보고, 나는 양면테이프의 찐득함을 떠올리며,

"이거 붙이기 힘들지 않아요?"하고 물었더랬는데,

"아니에요,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주면 그대로 붙는 걸요. "

"그래요오?"

이 계절에 딱 필요한 편리하고 값싼 것이 있단 말이지.

때마침 연일 찬바람이 불고 있었으니, 망설일 틈이 없었다.

더 추워지기 전에 뽁뽁이를 사 오자.

큰길을 건너기 전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아저씨, 제게 행운이 더 큰 걸로 골라 주세요!시험을 잘 봐야거든요. "

여학생의 말소리에 시선이 이끌렸다.


#.

작은 책상을 땅에 펴놓고 앉아 있는 연세가 있어 보이는  아저씨.

책상위에는 네잎클로버가 가득했다.

작은 그대로 한 장씩 코팅이 되어  팔리길 기다리고 있는 거였다.

상 아래 가격표가 보이는데 "2000원"ㅡ 한 장의 네잎클로버가 2천원의 상품이 되어 행운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아저씨는 아마도 네잎클로버 찾기의 달인이겠지?

누군가 어둠 속에서 내 표정을 유심히 보았다면, 고수高手가 고수를 마주쳤을 때 삐져나오는 미소 같은 것을 놓치지 않았으리라.

 

#.

항조우에서 한국어 강의를 하고 있을 때, 오전수업을 마친 후,  점심시간에 낮잠시간, 그리고 오후 한두 시간을 건너띄어 늦게 수업이 있었다.  한가한 김에 학교를 둘러싸고 흐르는 물길을 따라 산책하다가, 토끼풀이 무성한 곳에 아예 주질러 앉았다.

"세잎토끼풀이 많으면 반드시라 할 만큼 네잎을 찾을 수 있어."

처음 내게 네잎클로버를 찾아준 지인의 확언이 생각나서였다.

사실은 그 한 마디가 가르침이 되어,나는 곧잘 네잎클로버를 따곤 했다.

어쩌면 여기서도  발견할 거 같아.

토끼풀이 물길 따라 이어진 초록 풀밭을 보노라니 어떤 가능성이 예감되어 왔다.

아니나 다를까, 수업시간에 맞추기 위하여 일어서기까지 46장인가 47장인가의 네잎이 모였다.

이건 선생님이 주는 거야. 방금 따왔어.

학생들에게 인심좋게 나눠주고도 병에 꽂아놔도 좋을 만큼  한 웅큼이나 남았을 정도.


#.

앉은자리에서 단번에  십 장을 찾아내다니.

알고보면 나도 대단해.

그날의 강둑, 따스한 양지 아래 나에게 찬탄한다.

그런데 저 아저씨는 더 대단하구나.

창업을 한 셈이잖아.

행운을 판다고.


뽁뽁이를 세 두루마리 사들고 오면서 보니, 어린 소년 하나가 그 앞에 앉아 있고, 엄마가 지갑을 열고 있는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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