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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종 종Mu Nov 06. 2021

집 밖에

주인 따라간 반지

#.

가끔은 무서운 이야기가 자장가 대신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닌지, 나처럼 휴대폰을 켜놓고 잠잘 때 무서운 얘길 듣는다는 댓글도 적지 않다.

켜놓은 채 잠들면 때로 아침에 깨어나서 못 들은 부분부터 되돌려 듣기도 한다.


크게는 '공포'로 분류되지만 사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삶의 유머가 양념된 그런 이야기이다.

이를테면 오늘 아침에 보충해 들은 것 같은, 생래적으로 전혀 귀신의 기운에 짓눌리지 않는 명랑한 4인 가족이 제각기 경험하는 어떤 현상, 그러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그래서인지 오늘 아침 녘 이야기는  유달리 인상 깊었다. 자칫 음울해질 귀신 소재의 실화가 기승전결 리듬도 있고  생기도 넘쳐났다.

역시, 어떤 경험도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는 주체의 관점이 중요한  모양.


#.

이런 이야기가 화제가 되어 앞집 할머니의 반지 얘길 들었다.


어느 날, 앞집할머니 친구 하나가

'내가 오래 끼었으니까' 이젠 빼 주고 싶다며 가락지 한 쌍을 앞집할머니 손에 끼어줬다고 한다.

그리고 이틀 뒤인가 그 친구가 죽었단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친구에게 받아서 끼고 있던 쌍가락지도 언제 어디서 빠져나갔는지.... 자기도 모르게 잃어버리고 영 찾을 수 없더란다.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던 반지, 그제야  앞집할머니는

'반지가 주인 따라갔나'싶더란다.


뭘 그럴까, 하면서도 내 망막 너머로는 떼그르르, 오래된 반지가 반짝ㅡ하고  빛나더니 이내 안 보인다. 이승을 떠나기 위해  할머니가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이 감지된  쌍가락지, 그대로 새 주인의 손에서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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