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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종 종Mu Feb 16. 2022

각자도생

대범한 가족

#.

겨울.

싸늘한 저녁, 골목길 저 위로 둥근 보름달.

국가가 정한 쉬는 날이 아니니 깜박깜박.

참! 오늘이 정월대보름이지.


지금은 많이 걷워진 내 맘 그득히 차오르던 그리움,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볼 때면 안개 바람처럼 일어나 부염하게 지고는 했다.


때론 친구이기도

소년의 나이에 죽은 오빠이기도

멀리 계신 부모이기도

드물게는 연정을 품었던 누군가이기도....


이렇게

동아시아에서 나고 자란 내게, 달은 그리움이었다.


#.

며칠 전 지인과 늦은 새해 인사.

맥락 없는 회포 속에

코로나19의 첫해인 2020년의 우왕좌왕이 새삼스럽달까, 이제는 아주 먼 일처럼 여겨졌다.


무슨 새로운 규제가 생길지, 그로인해 우리의 생활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도무지 가늠이 안 되는 그런 시기에,늘 당연시하던 대면 모임이 자제되고, 원하지 않아도 칩거형태로 되어서 전화기에 기대어 서로의 안부를 묻던 그 해의 4계절.


너무도 낯선 변화에 따른 불안에 비하면, 칩거든 회복이든 적응 아닌 적응을 하게 된 지금이 오히려 낫다고나 할까. 맷집도 두꺼워졌으니 말이다.


#.

지금은 각자 도생图生이야.

기숙사를 버리고 며칠 만이라도 호텔에 피신하기로  

해서 친구 하나랑 지금 호텔로 가는 길이라며, 아들이 나에게 걱정하지 말란다.

그사이 숙사에 사는 젊은이들 중에도 하나둘 감염이 되었는데  다른 층에 사는 확진자 정도까진 버티다가 같은 층에 의심 증세가 보이는 경우가 출현하니 잠시라도  서로 거리두기를 하는 게 자구책이라 여겨진 모양이다. 그런데, 학생들 스스로 자비를 들여 호텔행이니, 국내나 국외나 전염병 확산추세가  국가통제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뜻일 게다.


그래, 알았어. 조심해.

응, 엄마도.


그러다 단 몇 초 뒤에,

엄마,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그럼, 당연하지.

꼭 연락 해.


가슴 한켠에선 제가 급한 중에도 엄마를 걱정하는 진심이 훈훈하게 여겨졌지만, 다른 한켠에선 난데 없이 이 무슨 비장한 다짐인가, 우리네 삶이 누리고 있는 눈앞의 평화가 얼마나 깨지기 쉬운 취약한 것인지, 절절이 실감되는 기분.


크게 보면 아무 큰일도 아니라 할 것이나,  기숙사를 내집인 양 여기고 살다가 그 집을 비어두고 피난가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아들의 뇌리에 스쳤을 많은 생각. 그 흐름 위로 내 손끝을 대어 본다


무심한 나도 거기에 마음이 닿아  저릿저릿한데, 자나깨나 자식 걱정인 다른 어머니들은 오죽할까. 창창한 나이라서 병도 피해가련만 그래도 덜컥 병이 전염되어 병증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들, 아들의 목소리 너머 안타까이  그려진다.


 아아, 모두 꼬옥 껴안아 주고 싶어. 내 아이처럼. 그리고 말해주고 싶어.  

절대 슬프게 스러져선 안 된다고!

지지 말라고.

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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