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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종 종Mu Feb 17. 2022

겨울 찬 비

2월비

#.

난데없는 비, 비를 맞았다. 그것도 겨울비를.

맑은 날이 지속된 탓에 내가 너무 방심했다.

일기예보를 본다고 시늉만 하고 자세히 안 봤다.

그래서 오후에 비온다는 걸 전혀 생각 못했다.

2월의 비는 그야말로 잿빛.


#.

겉절이김치가 맛있게 나온다.

출근하는 날이면 늘 가는 점심 식당, 그곳의 겉절이는 불변의 반복처럼, 전날  내일분의 통배추를 배달시켜 점심손님이 먹기 좋을 시간에 맞춰서 담그는 모양.    보기에도 먹음직하여 한 접시  안 먹고 일어서면 그 만큼 손해일 것 같은 기분.

그러나 나는 그걸 다 알면서도 남기게 된다.

요즘 따라 내 혀가 자꾸,  짤 텐데, 난 싫은데 며 거부를 하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한두 수저에 김치 조각 하나가 절대 맛의 균형을 깨는 무리수는 아니다. 게다가 이집 식당 주방장이 무치는 양념은 적정선으로 보통 이상으로 짜거나 매울 리도 없다.

그냥 혀가 조금만 짜도 싫다하는 것이다.


그건 그거고, 내 몸에 부종이 며칠째.

피로인가 운동부족인가, 대략 그렇게 여기는 중에 우연히 '저나트륨'증세에 대하여 듣게 되었다.

그 탓인가?


#.

사람을 만나는 일.

거친 마음의 사람은 자신이 상대에게 난데없는 찬 비나 쏟아부울 것이면서, 굳이 만나자고 한다. 목적도 뚜렷하지 않고, 난 안 만나고 싶다고 에둘러 표시를 하여도, 그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기자신이란 존재는 봄날 태양처럼 들판 위에 마냥 혜택을 뿌려준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어떤 표현도 들리지 않는다.


좁은 자기 안에 자아도취의 거울로 사방을 막아놓고, 남의 시간 남의 휴식을 갉아 먹고, 그러고도 뒤 돌아서 타인을 팔아 자신을 장식한다.

자신을 갈고 닦을 줄 모르는 사람이라니!


#.

 나도 그처럼 타인에 대한 상냥함을 잊고 그저 나만 이해해 주길 바란 적이 없었다곤 못하리라. 2월비가 내게  스스로반성하란다. 그리고 잊으란다. 남이 한 일은.

그래서 나는 지우개를 찾는다.  기억으로 남지 않게 깨끗이 지워내려고,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마음은 겨울날 찬 비,

싱대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은 봄 날의 햇살.

앞으로 나는 태양으로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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