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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종 종Mu Sep 11. 2022

홍콩 월병月饼

전화 한 통의 추석秋夕

#.

엄마. 월병 부칠게.

응.받으면 잘 먹을게.

생각보다 빨리 왔다.

상자를 열고 그 하나 하나를 깨물으면서 추석이 시작되었다. 일 주일 먼저 추석을 맞은 셈이었다.

나 자신 한국 입맛이라 월병이 엄청 맛있다고는 느껴지지 않지만, 아들이 보내온 건 내가 십 년도 전에 "홍콩산 달걀노른자가 들어간 월병은 비싸긴 하지만  맛있지요."라고 소개받은 명성 높은  고급 월병이 아니던가.

간혹 한개씩 생색도 내며 아들 생각도 하며, 추석은 이렇게 미리 와서 하루 또 하루 내 옆을 지켜주고 있었다.

 

#.

영국여왕이 돌아가셨단다.

추석연휴가 시작되는데 추석과 하등 상관없는 지구 반대편 나라의 왕실 소식.

젊고 예쁜 '다이애나'비 사망 소식에  놀랐던  이 어제 같은데, 오늘 구순이 넘은 여왕의 서거 소식훨씬 담담하다.

수를 다하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노인에게  무슨 감상이 필요할 것인가ㅡ이것이 내가 담담한  이유이긴 하지만 내심 속일 수 없는 한 가지 사실은, 언젠가부터 다이애나비를 동정하느라 여왕에게 약간씩 반감을  느꼈다는 거.

아무 상관도 없는 천리 만리 밖의 왕실 가족이 뭐라고 나는 좋고 싫은 감정을 품었던 것이다.


#.

"지금까지 저를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ㅡ

물난리 속에서 중학생 아들이 엄마에게 한 이 마지막 인삿말에 사람들이 다 감동했어..."

한 시간이 넘도록 아들과 이 얘기 저 얘기.


제주도에서 부산 포항쪽을 거쳐 빠져나간 태풍, 추석 바로 직전까지 변화무쌍한 태풍으로 하여 기상뉴스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태풍권으로 예상되는 지역주민들은 그 대비를 어찌하냐며   계속 애태웠다. 뉴스도 국제화시대라 바다 건너 아들이 지난 번 전화에도 걱정하더니 추석날 저녁  전화에서도 태풍은 멈췄냐고, 피해는 없냐고 물어오는 것이다.

나는 서울에 있으니 딱이 피해가 없다 해도, 애석하고 안타까운 소식이 많았지...

어떤 건 아들도 접한 뉴스이고 어떤 건 그래도 한국에 있는 내가 더 자세하다.


태풍과 하천의 범람으로 포항 어느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에서 수 명의 주민이 사망했다. 거기서 생존자로 구조된 어머니, 주차장에 같이 내려갔던 아들은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이 세상을 떠났다. 

태풍은 막을 수 없어도 죽음은 피할 수 있었다고... 우리 모자는

시간을 되돌려 놓고 과연 '어찌할 것인가" 고민을 나누기도.


#.

요즘따라 될수록 달을 보려고 생각한다.

추석이 달과 뗄 수 없는 명절이니 그래야 할 것 같아서다. 소녓적부터 그렇게 여겼다.

다행히 낮밤으로 연일 청명한 날씨이다.

달도 말그대로 둥근 달 밝은 달이다.

한참씩 구름 뒤로 흐르지만, 알고보면 새털 흰구름  그래서 내처 기다리면 다시 나타나는 달이다. 


달빛 아래 일체가 행복하길. 평화롭길.


#.

달밤에 산보라고 모처럼 걷고 싶어진다.

고마운 일이야, 이제 회복된 게지.

코로나19탓인지 그냥 내 몸의 문제 탓인지 거의 한 달은 몇 걸음 동작도 힘이 들었다.

한적한 골목길에, 9월의 밤공기는 상쾌했다.

조금도 이지러지지 않은 둥근 달처럼 걷고 있는 내 맘도 만족스럽다.

되돌아 오는 길 내 집 대문을 미는 순간, 홀연  날아와 귀에 꽂히는 볼멘 남자의 목소리.

"니가 해 준 게 뭐가 있다고?"

소리가 나는 쪽은 대문을 마주한  2층집이다. 부부싸움? 혹은 형제간의 다툼 ?


#.
추석이란 

들판에 황금빛 출렁이는 추수감사절.


오늘 나는 아무 방해 없이 조금의  작업을 했고, 포도나 사과 같은 제철 과일도 틈틈히 먹었고.  보고싶은 드라마도 켜고 보면서 

명절이 주는 평화로움에 내내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누군가의 선물. 추석 전날 긴히 나를 불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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