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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종 종Mu Feb 28. 2023

대왕오징어

숲속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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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오징어 몸길이가 30미터나 되도록 자라날 동안 바닷물은 한 번도 뒤집힌 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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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파도가 치고 풍랑이 높아도 깊고 어두운  바다 아래, 대왕오징어는 여전히 눈뜬장님처럼 긴 발만 믿고 먹이를 감아올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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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의 산숲에 사는 곰은 바닷일 같은 건 모른다.

가끔씩 얕은 강에 들어가 물고기를 건져 먹기는 하지만 그 강물이 흘러 흘러  바다에 이를 거라는 생각 같은 걸 해 본 적 없다. 아니 끝없이 망망한 건 산에서 산으로 이어진 숲이라거나 그 숲 위로 펼쳐진 하늘이라거나 이 두 가지밖에 뭐가 더 있을까. 살면서 겪어보지 않은 나머지의 세계, 빼꼼한 곰의 두 눈엔 그런 게 없다. 나머지를 담을 여지 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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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보며 나를 안다.


분명하게 얘기가 되지 않는 많은 여지를 안고 있는 내 마음속의 눈. 이것은 심안心眼.


내 기억까지의 주위사람을 천 명이라 설정하고 헤아릴 때 심안으로 대화할 사람이 있던가. 갸웃한 고개로 오래 생각해 보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있었으면 싶지만 잘 떠오르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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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을 어찌할 것인가.

거울 속의 그 눈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슬퍼 보인다.

다음을 어찌할 것인가.


답을 알면서도 선뜻 나아가지 못하는 건, "온기"ㅡ  텁텁하고 매캐하지만 여러 낯익은 사람들이 드나들던 어떤 공간에 대한 애정, 내가 뜻밖에 그런 것에 유달리 정을 가진 탓이다.

마치 옛 시인들의 한숨처럼.

다정多情도 병이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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