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30일에 사진과 함께 편지가 오다:
또 한 해가 지나가네요 그래도 별 느낌은 없습니다.
그냥 별 탈 없이 잘 지나가는 것에 고마움과 다행이라는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님에게 보다 강건한 새로운 한 해가 있기를 바랍니다.
국화가 필 때 토란 사진을 보고 보내려고 찍어 둔 것인데 이제야 보내게 되네요.
한해 잘 마무리하시고 **님이 소망하는 것들이 이루어지는 새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상:이것이 내가 토란사진을 올린 가을날에 대한 늦은 답장이라니... 한해의 말미에!)
#. 안부
(나는 사진을 본다. 그렇게 꽃이 환하게 피었던 적이 있는 오늘의 겨울 국화포기를 본다.)
1.
노랗게 가을 국화가 피고 졌군요.
"올 겨울은 몹시 추울 거래. 너 괜찮겠니."ㅡ 이것은 지금쯤 시들어 있을 국화 포기한테 건네는 제 인사입니다
2.
어떤 장면은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절박감. 그러나 풍경만으론 그저 평화롭기만 한.
눈이 녹고 흙알갱이 틈 사이로 뿌리에 닿는 시림. 얼음을 안고 뒤척이는 잠자리와도 같겠죠.
그러함에도 어룽지는 건 언제나
봄의 푸른 잎과 중추의 노란 꽃. 그리고 말라 주저앉은 늦은 가을날.
스스로는 뜨겁거나 매몰찼을 대기였을까요. 암흑 속 뿌리에겐 오직 뻗어나감의 견딤이었을까요.
뿌리에게도 제 안부가 전해지기를.
2023년12월30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