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에

전봇대와 나팔꽃 씨앗

by 새벽종 종Mu
언젠가부터 주목하기 시작한 나무. 산야의 숲이 아니어도 도시에 나무가 많다는 것은 참 다행한 일이다. 드문드문이라도, 어찌보면 도시도 널찍한 숲인 것이다.ㅡ대학로,12월

너희들 고향은 전봇대란다.

나팔꽃씨를 받으며, 나는 말하고 있었다.

나중에 피어날 나팔꽃에게.

나중에 그것들이 물으면 말해 줘야지.


"길가에 서 있는 전봇대였어."

있지, 횡단보도를 찾아 걷고 있었어. 인도에는 적당한 간격으로 전봇대도 서있고 가로등도 서있고, 그런 것은 다 똑 같아서 누구도 일일이 살펴보지 않아. 그래서 막 지나치는데 다시 되돌아보게 하더라고. 뭔가 달랐거든. 그게 있지, 전봇대는 위쪽에서 풀줄기가 내려져 있었어, 바짝 말라있는데, 덩굴식물? 짐작으로는 나팔꽃일 것 같았어. 그래서 씨앗을 받자는 생각이 났지. 팔을 올려도 손이 잘 닿지 않아서 딸 수 있는 씨앗이 몇 알밖에 아니었지만...그게 너희들이야.

꽃들은,

내가 기억해주는 걸 좋아할 것이다.

거기가 어디냐. 왜 거기를 갔느냐. 원래 많은 꽃씨가 전봇대에 매달려 있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런 것들을 물어올 것이다.


뭔가 대답을 해 줄 수 있는, 증인 같은 존재인가, 꽃들에게 나는?


그렇다면 전봇대 앞에 멈춘 순간부터 뭐든 열심히 새겨 둬야 할 것 같다.


나는 왜 거기를 지났으며, 나는 어째서 나팔꽃씨를 알아봤으며, 꽃씨를 어디다 넣어 가져오고, 얼마나 오래 간직했다가 심었는지... 그러던 날 날씨는 어떠했고, 내 마음엔 어떤 생각이 들어와 머물렀던지... 그 하나하나를.


나팔꽃과 나 사이의 자잘한데 나름 행복한 이어짐. 어째 상상만으로도 미소가 절로 떠오른다.


표구집을 가는 도중에 나팔꽃 씨앗을 따다
少年易老学难成ㅡ소년은 금세 노인이 되는데 배움을 이루는 길은 지난하여라.

표구점 사장님을 기다리며 화보를 넘기다가, 젊음은 금세 가니 배우기에 부지런해야한다는 글귀에 짐짓 뜨끔해지던 가슴...맞아, 나도 눈을 한 번 꿈벅하는 사이에 지금 현재에 이르고 말았어, 이뤄야할 일은 태산인데...ㅡ라고.


두루두루 엄마를 찾아갈 이유는 많았지만, 이것저것 여건이 안 돼 미뤘는데...꽤 맛있어 보이는 차 한 잔, 엄마에게 '깜짝 배달원'이 되어 10초의 대면을...
가게 안으로 햇살

햇살 좋은 겨울날이라서인가, 이상하게 팥죽도 먹고 싶어졌던 오후.

소포 상자 속에서 나온 도자기 접시, 꽃과 덩굴과 잎, 그리고 파도무늬, 자세히 보면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한참을 들여다 보다.
한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잘 걷고 있었다. 아가야, 너는 어쩜 그리 잘 걷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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