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광야의 시작

암, 어쩌다 내게도 오는 일

by heavenlyPD

법원에서 두툼한 소장을 받았다.


'피고' 옆에 적힌 내 이름을 보고

우편함 앞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얼마나 그렇게 서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보험회사에서 소송을 걸겠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훨씬 더 실질적인 충격이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그렇게 우왕좌왕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변호사님을 소개받아

사무실을 찾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내가 진짜 소송을 당했구나'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실제가 되었다.


변호사님은 내 이야기를 들으시고,

법원에서 받은 서류를 훑어보셨다.


그리고 꺼내신 첫마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솔직한 거 별론데....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역시,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승소 가능성이 낮다며

합의 쪽으로 마음을 두는 게 낫겠다고 하셨다.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너무 힘든데 그냥 전화해서 합의하겠다고 할까...


솔직히 말해,

보험금에 대한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살면서 병원 갈 일이 거의 없었던 나는,

보험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그런데 아프기 1년 전쯤,

언니의 지인을 통해 보험을 정리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새로 가입했었다.


하지만 그 보험을 들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니, '보험금이 나오겠구나'하는 생각은 애초에 할 수가 없었다.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인터넷을 통해

이런 보험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 두 곳을 알게 됐고

상담을 신청해 차례로 찾아갔다.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처음 만났던 변호사님과 같은 얘기를 하셨다.


역시... 합의만이 답인가?

하는 마음으로 두 번째 사무실을 찾았다.


회의실로 안내되었고,

변호사님과 사무장님, 간호사 출신 실장님까지

세 분이 함께 들어오셨다.


처음 두 곳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변호사님께서 이전 판례들을 보여주시며

가능성이 있다고,

싸워보자고 말씀하셨다.


그 말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너무 감사헀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자리에서 선뜻

'맡기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생각해 보고 연락드릴게요" 하고 나왔다.


그날 오후,

친한 언니에게 메시지가 왔다.

명함 사진 한 장과 함께였다.


"우리 언니가 이 분 추천해 줬어.

보험 관련해서 잘하신대"


그 명함을 본 순간,

너무 놀라서 숨이 멎을 뻔했다.


바로 그날 오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주셨던

그 법무법인의 변호사님이셨다.


이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분명헀다.

이제 더는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사무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전화를 끊기 전, 사무장님이 하신 마지막 말씀.


"선하씨 위해서 기도하라는 마음 주셔서 기도했는데

이렇게 연락 주셨네요.

길고 힘든 싸움이 되겠지만,

함께 기도하면서 가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분명히 알게 하셨다.


이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미리 예비하신 만남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싸움은,

나의 힘이나 지혜나 능력이 아닌,

오직 성령이 감당하게 하시는 힘으로 치러야 하는 전쟁이라는 것을.


그렇게 나는 믿음으로 첫 발을 내디뎠고,

그 싸움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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