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광야의 시작
암, 어쩌다 내게도 오는 일
by heavenlyPD Jun 21. 2025
법원에서 두툼한 소장을 받았다.
'피고' 옆에 적힌 내 이름을 보고
우편함 앞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얼마나 그렇게 서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보험회사에서 소송을 걸겠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훨씬 더 실질적인 충격이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그렇게 우왕좌왕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변호사님을 소개받아
사무실을 찾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내가 진짜 소송을 당했구나'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실제가 되었다.
변호사님은 내 이야기를 들으시고,
법원에서 받은 서류를 훑어보셨다.
그리고 꺼내신 첫마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솔직한 거 별론데....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역시,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승소 가능성이 낮다며
합의 쪽으로 마음을 두는 게 낫겠다고 하셨다.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너무 힘든데 그냥 전화해서 합의하겠다고 할까...
솔직히 말해,
보험금에 대한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살면서 병원 갈 일이 거의 없었던 나는,
보험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그런데 아프기 1년 전쯤,
언니의 지인을 통해 보험을 정리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새로 가입했었다.
하지만 그 보험을 들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니, '보험금이 나오겠구나'하는 생각은 애초에 할 수가 없었다.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인터넷을 통해
이런 보험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 두 곳을 알게 됐고
상담을 신청해 차례로 찾아갔다.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처음 만났던 변호사님과 같은 얘기를 하셨다.
역시... 합의만이 답인가?
하는 마음으로 두 번째 사무실을 찾았다.
회의실로 안내되었고,
변호사님과 사무장님, 간호사 출신 실장님까지
세 분이 함께 들어오셨다.
처음 두 곳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변호사님께서 이전 판례들을 보여주시며
가능성이 있다고,
싸워보자고 말씀하셨다.
그 말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너무 감사헀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자리에서 선뜻
'맡기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생각해 보고 연락드릴게요" 하고 나왔다.
그날 오후,
친한 언니에게 메시지가 왔다.
명함 사진 한 장과 함께였다.
"우리 언니가 이 분 추천해 줬어.
보험 관련해서 잘하신대"
그 명함을 본 순간,
너무 놀라서 숨이 멎을 뻔했다.
바로 그날 오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주셨던
그 법무법인의 변호사님이셨다.
이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분명헀다.
이제 더는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사무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전화를 끊기 전, 사무장님이 하신 마지막 말씀.
"선하씨 위해서 기도하라는 마음 주셔서 기도했는데
이렇게 연락 주셨네요.
길고 힘든 싸움이 되겠지만,
함께 기도하면서 가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분명히 알게 하셨다.
이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미리 예비하신 만남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싸움은,
나의 힘이나 지혜나 능력이 아닌,
오직 성령이 감당하게 하시는 힘으로 치러야 하는 전쟁이라는 것을.
그렇게 나는 믿음으로 첫 발을 내디뎠고,
그 싸움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