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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규 Sep 16. 2023

02. 농장꽃과 경매꽃

일반인에게 드러나지 않는 꽃의 비밀

 꽃시장에 들어오는 꽃의 루트는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 넓게 보면 국산꽃과 수입꽃으로 구분할 수 있고 국산꽃은 농장꽃과 경매꽃으로 다시 한번 분류할 수 있다. 이번 챕터에서는 두 가지 형태를 지닌 국산꽃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

 농장꽃은 간단하게 말하면 농장에서 꽃시장으로 다이렉트로 유통되는 꽃이라고 할 수 있고 경매꽃은 경매장을 거쳐서 시장으로 유통되는 꽃을 말한다.


 농장꽃은 중간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꽃시장에 들어가기 때문에 경매 수수료 같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하여 시장 상인들은 농장꽃을 경매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를 쉽게 설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격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농장꽃을 간단하게 ”가성비“라고 표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단순히 가격적인 측면에서만 명확한 장점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농장꽃이 경매꽃과 똑같은 컨디션을 지닌 채 유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경매장을 거치게 되면 꽃에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화주에게 돌아가는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은 간단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면 경매장에 유통할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농장꽃은 “평범한 꽃”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파생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만약 평범한 꽃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농장꽃이 경매꽃과 큰 차이가 없다면 어떤 꽃을 구매하겠는가?


 당연히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좋다는 가정하에 있는 농장꽃을 사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바쁜 현실 속에서는 농장꽃과 경매꽃의 차이를 분석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리스크를 품은 선택을 강제하게 된다.


 예를 들면, 컨디션이 좋은 농장꽃이라고 생각하고 구매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거나 비싼 경매꽃을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다른 매장에서도 똑같은 농장꽃이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는 경우를 예시로 들 수 있다. 이런 일들이 꽃시장을 포함한 다양한 곳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대다수의 일반인은 꽃시장에서 현명한 구매를 할 수 없다고 본다. 꽃시장 이해관계자들은 인지하고 있지만 외부인은 모르는 내부 정보를 공유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를 소비자들이 알아낼 수 있으면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하겠지만, 기존의 화훼 생태계에는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기에 쉽지 않은 것이다.


 꽃시장을 포함한 모든 시장은 순수함을 가질 수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돈이 거래되는 공간은 저마다 드러낼 수 없는 어두운 속내를 다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유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도 하니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본다.


 물론 화훼 산업 구조에서 약자로 분류되는 이해관계자나 제삼자로 분류되는 일반인들은 “불리한 시장 구조”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상위 체인인 경매장, 화주, 도매업자의 입장에서는 암묵적으로 묵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시장은 모든 구성원이 우상향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이 되어야 하고 시장을 병들게 만드는 기성의 문화들은 제거되어야 하는 것은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장 정보의 불균형으로 파생될 수 있는 것들은 부작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한 시 빨리 불쾌한 것들이 세상에 드러나서 시장의 올바른 변화를 이끌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실제로 과거에 폐쇄적이었던 꽃시장의 어두운 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상태이기도 하니 해외 꽃시장의 건전성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는 사람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여러 불쾌한 경험들을 공유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기존 꽃시장의 썩은 부분들은 뿌리째 뽑힐 것이고 결과적으로 건강한 꽃시장으로 변모하는 데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농장꽃에 대한 얘기는 이만 줄이고 경매꽃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앞서 말했듯이 경매꽃은 경매장에서 프리미엄이 붙은 채로 꽃시장에 유통되는 농장꽃을 말한다. 보통 경매장에 부쳐지는 농장꽃들은 다른 꽃에 비해 품질이 우수한 편이기 때문에 꽃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


혹시 꽃의 경매 등급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 있는가?

 대다수의 일반인이라면 꽃에게 등급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를 것이다. 왜냐하면 경매 등급의 유무를 알 수 있는 사람은 꽃시장의 이해관계자들을 포함한 소수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꽃시장으로부터 대중들에게 드러나는 정보는 가격 같은 단순한 것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만약 소비자들이 이러한 별 볼 일 없는 정보를 토대로 경매꽃을 마주하면 단순히 비싼 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경매꽃을 구매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꽃시장에서 비싼 경매꽃을 구매하려는 수요는 꾸준히 존재하는 것 같다.


 이는 수많은 리스크가 존재하는 꽃시장에서 안전한 결과를 얻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심리와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러한 소비자 심리는 생화의 특수성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꽃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생화들은 수확한 시점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각자 고유한 절화 수명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대다수의 소비자는 생화에게 남아있는 절화 수명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꽃시장에서 약자로 분류될 수 있는 소비자들은 꽃을 잘못 구매하게 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오늘 구입한 꽃이 오랫동안 살아있지도 못하고 빠르게 시드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은 대부분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은 소비자가 아닌 공급업자여야 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생각한다.

 

 화주, 도매업자 그리고 경매장과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가 합심하여 절화 수명 보증 프로그램 같이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시스템이 잘 정착이 된다면 약자인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고 동시에 꽃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꽃시장에서 농장꽃과 경매꽃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꽃의 컨디션이 드라마틱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쉬운 얘기지만 별다른 차이가 없을 때는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시장에는 외부인들이 알아낼 수 없지만 시장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유리한 암묵적인 요소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시장의 내부 정보를 알아낼 수 없는 일반 소비자들은 매 번 불리한 수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한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A 매장과 B 매장은 똑같은 품종의 장미를 판매하고 있다. 각각의 매장에 가서 장미에 대해 물어보면 “좋은 꽃이다 또는 새꽃이다 “라는 식의 기계적인 답을 듣게 된다. 정작 중요한 꽃의 출신, 등급, 입고 시기 등의 내부 정보는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양심적인 매장에서는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리스크가 매우 클 수 있기 때문에 쉽사리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면, “우리 매장에서 파는 꽃은 새 꽃인데 xx매장에서 파는 꽃은 재고예요.”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게 되면 그날 꽃시장에는 폭풍이 몰아치게 된다. 보통 타 매장과의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암묵적으로 다른 매장의 꽃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서로 간의 다툼이 잘 일어나지 않지만 과거에는 많은 다툼이 있어 왔다는 2세대의 말이 떠오른다. 꽃시장의 상인들이 불화를 피하기 위해 뒷걸음쳤는데 그 발에 차인건 결국 약자인 소비자였던 것이 된다.


 소위 말하여, 시장밥을 많이 먹은 전문 플로리스트들은 그간의 경험으로 인해 현명한 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리스크 회피에 대한 가능성을 조금 높여줄 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생화가 언제, 어떻게, 어떤 루트로 들어왔는지는 그 꽃을 취급하고 있는 상인 외에는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꽃시장은 매우 치열한 경쟁 시장이고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장사꾼들이 한데 모여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장사에 도가 튼 상인들이 순수하게 모든 사실을 알려줄지는 만무하다.


 이는 일반인들도 예외가 아니라고 본다. 사람이 욕심을 가지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부가 가치를 최대한으로 창출하려고 노력하지 그 반대를 지향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상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꽃시장에는 암묵적인 관행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장의 모든 정보를 소비자와 공유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그렇기에 A 매장과 B 매장에서 파는 꽃들이 똑같다 하더라도 서로 다른 꽃이라고 말해야 하는 꽃시장의 순수하지 못한 문화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해외 사이트에 꽃을 잘 구매하는 방법을 검색해 보면 다양한 구매팁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신뢰할 수 있는 도매업자로부터 꽃을 구매하세요”라는 문구이다. 이 말은 즉슨, 해외 꽃시장도 별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도매업자들은 장사꾼에 불과하기 때문에 마인드셋 자체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즉, 부가 가치를 더 크게 창출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당연히 모든 업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러한 구매팁들이 이미 해외 사이트에서  널리 공유가 되고 있다는 것은 화훼문화의 실상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순수할 수 없는 경쟁 시장에서 저렴하고 좋은 꽃을 구매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아두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이 꽃시장에서 세일하는 꽃을 어설픈 기대와 함께 구매하면 안 되는 이유로도 직결이 된다. 단순히 생각해 봐도 기대 수명이 7일 남은 꽃과 3일 남은 꽃의 가격은 당연히 차이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화 수명이 3일 남은 꽃을 절대로 사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수명이 적게 남은 꽃도 필요에 의해서 잘 활용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여러분이라면 당일 쓰고 버려도 되는 꽃을 살 때 어떤 꽃을 살 것인가? 


 현명한 사람이라면 가격이 저렴한 꽃을 구매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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